[이도경의 플레e] 확률형 아이템 모델과 바이오쇼크 '랩처'는 닮은꼴

김미희 2021. 2. 2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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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바이오쇼크라는 게임시리즈가 있다. 심오한 세계관과 뛰어난 연출로 평론가, 이용자 모두에게 극찬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7년에 출시된 바이오쇼크1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바이오쇼크1은 수중도시 랩처가 배경 무대다. 이 곳은 앤드류 라이언이라는 자유지상주의자에 의해 건설된 도시다. 랩처엔 특징이 있다. 그 어떤 규제도, 간섭도, 책임도, 도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순도 100%의 자유로만 채워진 공간이다. 언뜻 들으면 낙원 같기도 하다.

그러나 랩처의 끝은 파멸이었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기본적인 규범과 도덕마저 부재했다. 욕망을 한껏 부추기는 환경은 즐비했지만, 제동장치는 없었다. 결국 랩처의 주민들은 광기에 빠져 공멸했고, 도시는 폐허로 변했다.

지난 15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회 문체위 모든 의원실에 입장문을 전달하는 협회의 모습에서 랩처의 그림자가 겹쳐보였다. 마치 랩처처럼, 협회는 게임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규제,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조치마저 거부하고 있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조항에 대해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강제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즉, 헌법 제23조 제1항에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법리로 전부개정안을 비판하였으니, 똑같이 법리로 반박해보겠다. 확률형 아이템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에 확률형 아이템이 부합하는지를 보면 된다.

판례를 보면 ‘비밀로 관리된’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지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또한 이러한 유지 및 관리를 위한 노력이 상당했는지 여부는 영업비밀 보유자의 예방조치의 구체적 내용, 해당 정보에 접근을 허용할 영업상의 필요성,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 영업비밀 보유자의 사업 규모 및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2 판결)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현재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인증마크를 발급중이다. 적어도 이곳에서 인증을 받은 게임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영업비밀 대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 이유로는 첫째, 대중에게 공공연히 알려진 공간에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의 개별 구성 비율 등이 공개되어 있다. 둘째, 이 정보에 접근방법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 셋째, 정보 접근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고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지 않는다. 넷째, 당연한 말이지만 정보 공개에 대해 게임사가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다. 이를 종합해보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비밀로 유지·관리할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의 개별 구성 비율만 공개하고 나머지 아이템의 확률은 영업비밀로 비공개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체크해봤다. 그러나 GSOK의 자율규제 시행기준 제5조를 보면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물로 제공되는 모든 개별 아이템의 구성 비율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가정은 불가능하다.

문제의 ‘확률형 아이템을 변동 확률로 설명한’부분에 대해서는 반박을 생략한다. 모르고 그랬다면 전문성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썼다면 악의적이다.

다시 바이오쇼크1 이야기다. 스플라이서라는 존재들이 있다. 본래 평범했으나, 마약성 유전자 변형제인 '아담'에 중독되어 괴물로 변한 랩처의 주민을 일컫는다. 부디 협회가 꿈꾸는 대한민국 게임계와 게이머의 모습이 랩처와 스플라이서가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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