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패싱 넘어 文패싱' 의혹..지난 일요일, 청와대에 무슨 일이 있었나

법무부 일요일인 7일 검사장급 인사 발표
5일 文대통령 전남 신안 직접 방문해 '젓갈 구매'
곽상도 "사실이라면 文, 이미 레임덕 상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일요일이던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 재가없이 법무부 인사를 발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20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문자를 보내 "무리한 추측보도를 자제해 달라" " 근거없는 추측 보도가 잇따르는 것에 유감"이라고 했지만, 법무부 인사에 대한 청와대의 구체적 결재 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은 커지는 모양새다.

왼쪽부터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장관/연합뉴스

◇"신현수, 文에 '박범계 감찰' 요구했지만 불발" 보도

동아일보는 이날 아침 박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식 결재 없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을 발표했고,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이런 사실을 놓고 문 대통령에게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검찰 인사 과정에 대해 잘 아는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 장관이 일방적으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고 대통령이 사후에 인사안을 승인해 사실상 추인했다"고 했다.

신문에 따르면 신 수석은 이후 항의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사의를 철회하지 않고 18, 19일 휴가를 떠났다. 신문은 법조계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신 수석이 ‘앞으로 살면서 박 장관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7일 낮 12시쯤 검찰 고위 간부인사 발표를 사전 공지하고, 오후 1시 30분쯤 인사 보도자료를 뿌렸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직전 휴일에 인사 발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인사 내용도 기대를 예상을 벗어났다.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에선 검사장급 4자리에 대한 이동만 있었을 뿐, 추미애 전 장관이 기존에 짜놓았던 ‘친정부 성향 검사’ 중심 라인업이 그대로 유지됐다.

◇ 설연휴 직전 휴일에 檢 인사 발표 '이례적'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청와대에 부담을 줬던 검찰·법무부 간부들에 대해 일부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지만 빗나갔다. 검찰 '빅 4'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이정수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이 발탁됐다. 이 검사장은 박범계 장관이 이른바 '갈매기 조나단'이라는 폭력 써클에 가입해 패싸움을 벌여 중퇴했던 고등학교(남강고) 후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채널A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으나 수사팀이 무혐의로 결론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복귀는 무산됐다. 윤 총장은 이런 내용의 인사결과를 법무부 발표 2분 전에야 알았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박 장관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박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서 법무부 인사안을 조율했던 신 수석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은 지난 7일 법무부 인사 발표 소식을 듣고 발표중단을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강행했다고 한다.

◇ 대통령 檢 인사권자…文대통령은 언제 결재했나

관건은 이런 인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재 시점이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검사장급은 물론이고 평검사의 인사도 대통령을 거쳐야 한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 협의를 거친 인사안이 법무부와 인사혁신처를 거쳐 청와대로 올라가고, 대통령이 전자결재를 하든 민정수석을 거치든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대통령은 이미 레임덕 상태이고,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실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신 수석이 대면보고든 전자결재든 검사장 인사안을 담당 수석으로서 결재하고 대통령에게 올렸다면 본인이 동의한 것이어서 이에 항의하며 사표를 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신 수석 사의 표명 사태와 관련 청와대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공개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은 법무부 인사가 발표 이틀 전인 5일(금요일)오전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로부터 일일 현안보고 등을 받고 이날 오후 2시 30분 전남 신안군을 직접 방문해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후 오후 5시 30분에는 신안 젓갈타운에서 젓갈을 구매했다. 휴일인 6~7일은 공개 일정이 없다.

◇ 野 "비겁한 침묵을 끝내고 결자해지 하라"

김예령 국민의 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날치기 인사안을 재가하며 법무부 장관의 전횡을 묵인한 대통령은 어제 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한마디 언급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며 "20년 지기 민정수석의 이별 통보에 조금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시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불리하면 꺼내 드는 비겁한 침묵을 끝내고 결자해지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을 마친 뒤 신안젓갈타운을 방문, 민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우리 공무원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돼 북한군에 총격을 받고 시신이 훼손된 작년 9월 22~23일 사이에도 제 시간에 보고를 받지 않았다. 군이 공무원이 22일 밤 10시 30분 총격·시신 훼손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이튿날 새벽 1시 청와대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여권 정치인들은 그 당시 "새벽에 대통령을 어떻게 깨울 수 있었겠느냐"고 했었다.

신 수석은 22일쯤 휴가에서 돌아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이 신 수석 사태에 "마음이 아프다"고 한 것을 신 수석이 사과로 받아들이면 이번 사태가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문재인 대통령 보좌를 함께 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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