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극좌 폭력 시위에 종교·민족주의 단체까지 준동 [세계는 지금]
2020년 美 국내 테러 3분의 2 극우세력 소행
극좌는 전체 20%.. 1970년대와 완전 역전
극우, 백인 우월주의·반정부 민병대 분류
흑인·이민자·이슬람교도 등 대상 공격
군·경찰조직에도 극우 이념 신봉자 포진
2020년 군 관련 사건 절반이 극단주의 연루
의사당 난입 폭도 일부 현역군인 드러나
"군인 중 극단주의자 소수 그쳐도 악영향"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달 20일 이번에는 극좌 세력인 ‘안티파’(Antifa)가 오리건주 포틀랜드시 민주당 지부 등을 공격하는 폭력 시위를 했다. 지난해 11월 3일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두 동강이 난 미국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고, 바이든 정부에서 극우·극좌 세력의 폭력 시위가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로 등장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국내로 들어온 전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국내 테러 중에서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 등을 비롯한 극우 세력에 의한 테러가 전체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CSIS는 안티파 등 극좌 세력에 의한 테러는 전체의 20%가량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당시 극좌 단체의 테러가 전체의 68%가량을 차지했던 것(메릴랜드대 테러 및 대테러 연구소)과 비교하면 극우와 극좌 세력 간에 완전히 역전이 이뤄졌다. 언론 매체 복스는 최근 들어 극우 단체가 유혈 폭력 수단을 동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와 극우 세력은 지난달 6일 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을 주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란 음모’ 선동 혐의로 미 하원에서 2번째 탄핵을 당했으나 1차 탄핵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상원에서 부결됐다. 트럼프가 퇴장한 이후에도 극우 세력의 ‘내란’ 시도와 테러가 속출할 수 있다고 미국 언론 매체 ‘더 위크’가 보도했다.
극우 세력은 백인 우월주의 그룹과 반정부 민병대로 나뉜다. 백인 우월주의 그룹은 미국 사회에서 백인이 멸종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더 위크가 지적했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프라우드 보이스는 지난해 여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구호를 외치는 반인종차별 시위가 확산했을 때 맞불 시위를 주도했다. 백인 우월주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추구하는 프라우드 보이스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 29일 열린 첫 대선 TV토론에서 쟁점으로 부각됐다. 당시 트럼프는 백인 우월주의 문제가 나오자 “프라우드 보이스.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말했다. 이 그룹은 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을 주동한 핵심 세력으로 꼽힌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미국에서 백인이 소수 인종으로 전락하고, 흑인과 라티노 및 아시안 등 소수 인종이 다수 인종을 차지하는 인구 구성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 있다”며 “일부 백인이 이런 변화 속에서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반정부 민병대는 유대인과 사회주의 세력이 점령하는 독재적인 정부와 ‘신 세력 질서’의 출현을 막으려 한다. 의회 의사당 난입을 주도한 ‘부걸루 보이스’(Boogaloo Bois)라는 단체는 미국을 백인 크리스천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가로 만들기 위해 제2의 남북전쟁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트럼프는 이들 극우 세력의 우상이다.
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의회 경찰의 방어벽을 뚫고 폭도들이 의사당 안으로 진격하는 데 퇴역 군인들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비역뿐 아니라 일부 현역 군인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의 5분의 1가량이 군 관계자였다고 보도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출신 국방부 장관인 로이드 오스틴은 상원 인준 청문회 당시에 “군 내부의 인종주의자와 극단주의 세력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당국이 군 내부에 침투해 있는 백인 우월주의 세력 등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더 힐이 지적했다. FBI는 2020년 한 해 동안 군 관계자들이 연루된 143건의 수사 내용을 국방부에 통보했고, 이 중 68건이 국내 극단주의 세력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더 힐이 보도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의회 난입 사건으로 군이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가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극우 민병대 등 과격 단체들은 전직 군인과 경찰관 등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자 등 극우 성향의 인물이 군에 입대하거나 경찰관이 되기도 한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미군 내부의 백인 우월주의자 등 증오 그룹의 존재는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군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었고, 군 밖의 사회에서 소용돌이가 일면 그 파장이 군 내부에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 2000만명가량인 퇴역·현역 군인 중에서 극단주의 세력이 소수에 그쳐도 이는 안전을 위협하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미군 충원과 병력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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