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당일치기 가능한 신비로운 바다 위 몽생미셸 수도원

송경은 2021. 2.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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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가의 몽생미셸 섬 전경. 정상에 몽생미셸 수도원이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36] 고요한 갯벌과 바다 위 섬 하나, 그 정상에 우뚝 세워진 성. 해질녘 마주한 프랑스 몽생미셸 수도원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버스에서 내려 섬까지 이어진 둑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중세시대 순례자들이 수도원에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건너갔던 길이었다. 조수 간만의 차가 워낙 커 간조 때는 육지와 연결되고 만조 때는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통로가 끊겼다. 당시 순례자들은 수도원을 향해 걷다 차오른 바닷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어도 그조차도 신의 뜻으로 여겼다고 한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가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몽생미셸은 중세시대부터 유럽에서 가장 주요한 순례지로 꼽히는 곳이다. 709년 아브랑슈 주교였던 성 오베르가 꿈에 세 번 연속 출현한 성 미카엘 대천사의 명으로 몽통브(옛 몽생미셸)에 예배당을 세운 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966년 노르망디 공작이 이곳에 살면서 처음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 건물이 지어졌고 11세기에는 수도원 부속 교회가 세워졌다.

몽생미셸 수도원 내 회랑(왼쪽). 오른쪽은 수도원 내 예배당의 모습이다. /사진=송경은 기자
13세기에는 '불가사의'라 불리는 고딕 양식 건물인 몽생미셸 수도원을 완성했다.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이 험준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수도원 자리로 선택한 것은 외부와 단절된 채 오롯이 신에게만 집중하기에 제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위섬이 만 안쪽에 있어 조수 간만의 차로 육지가 되거나 섬이 되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몽생미셸 수도원은 백년전쟁 동안 '불파(不破)의 요새'였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루이 11세에 의해 수도원이 감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19세기 들어 몽생미셸 수도원은 대규모 보수 공사를 거쳤다. 1874년 역사 유적지로 지정되면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게 됐고, 197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해발 156m 정상에 위치한 몽생미셸 수도원 맨 꼭대기에는 묵시록 속 용을 무찌르고 있는 형상의 성 미카엘 대천사 동상이 자리해 있다. 금장을 한 이 동상은 무게가 820㎏, 길이는 3.5m에 달한다.

몽생미셸 수도원 건물을 가까이서 본 모습(왼쪽). 오른쪽은 수도원 아래 상점들이 있는 골목이다. /사진=송경은 기자
수도원은 경사진 암벽 위로 솟아 있는 3층짜리 건물 두 개를 중심으로 큰 회랑이 있는 형태였다. 수도사들이 뜰에 앉아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올렸던 자리도 볼 수 었다. 수도원 서편 광장에서는 탁 트인 바다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도원 아래로는 상점과 주택들이 있었고, 성벽 바깥의 가장 낮은 곳에는 농부와 어부들 거처가 있었다. 주민 규모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현재도 30여 명이 몽생미셸 섬에서 거주하고 있다.

몽생미셸 섬이 있는 만은 조수 간만의 차가 15m에 이를 정도로 크다. 하지만 점차 섬 주변으로 퇴적물이 축적되면서 몽생미셸 섬은 육지화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결국 프랑스 총리와 지방 당국은 '몽생미셸 프로젝트'를 통해 2005년부터 10년간 1억6400만유로를 투입해 댐을 축조했고 몽생미셸 섬의 모습을 지켜냈다. 그 덕분에 몽생미셸은 현재도 밀물 때만 몇 시간 동안 바다 위 섬이 된다. 다만 2015년 교량이 개통되면서 만조 때도 육로를 통해 몽생미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몽생미셸의 야경. 수도원과 마을에 불빛이 밝혀졌다. /사진=송경은 기자
몽생미셸은 멋진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해 지기 전 늦은 오후께 방문해 수도원과 마을을 둘러보고 내려와 야경까지 보고 나오는 일정을 추천한다. 바닷물이 자주 드나들어 염분과 미네랄이 풍부한 염생습지의 풀을 먹여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양고기 '프레살레'도 빼놓을 수 없다. 몽생미셸 섬 인근 해안가에는 프레살레를 파는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다.

여행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프랑스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몽생미셸에 다녀올 수 있다. 한국 관광객들은 주로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에서 이른 새벽에 출발해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는 가이드 버스 투어를 많이 이용한다. 투어 소요 시간만 총 17시간에 이르지만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 에트르타와 옹플뢰르, 몽생미셸과 야경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어 도전해볼 만하다.

몽생미셸 인근의 고급 식당가(왼쪽). 오른쪽은 염생습지 양고기 `프레살레` 스테이크. /사진=송경은 기자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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