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삼성 NXP..차 반도체 품귀 6월 해소 어렵다

이종혁 2021. 2.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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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위클리반도체] 2021년 2월 셋째 주는 전 세계 완성차 업계를 그야말로 절벽에 몰아넣었다. 그렇지 않아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잇따라 완성차 공장이 문을 닫거나 감산에 돌입한 와중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는 16일(현지시간) 오후부터 기약 없는 반도체 공장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을 시작했다. 기록적 한파로 인한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불안정이 원인이다. '실리콘힐스'라고 부를 정도로 반도체 메카로 떠오르는 오스틴에는 삼성전자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해 NXP,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지가 밀집해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라인 내부. /사진제공=삼성전자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은 19일 자동차 전문 컨설팅 기업 '오토포어캐스트 솔루션' 자료를 인용해 이달 11일까지 반도체 부족으로 하루 이상 생산을 멈춘 자동차 공장이 전 세계에서 85군데에 이른다고 전했다. 북미 공장 23곳, 유럽 26곳이 문을 닫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36곳이 셧다운을 겪었다.

KOTRA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했다"고 설명한다. 구체적 생산 차질 수치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IHS마킷은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약 67만2000대의 차량 생산이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중국에서만 25만대가 줄고, 북미는 10만대 이상 감산이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북미는 포드, 스텔란티스(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티브그룹과 푸조시트로엥그룹 합병 회사), 도요타, 혼다 공장이 감산에 들어갔고 이달 들어선 GM이 북미 3개 공장을 일주일 이상 셧다운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감산에 돌입한 한국GM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면 셧다운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에서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반도체 파워소자(PMIC),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용 '엑시노스 오토' 반도체를 양산 중이다. 2019년부터는 테슬라모터스의 자율주행용칩도 파운드리 생산하고 있다.

이 밖에 오스틴에는 NXP가 인수한 프리스케일이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반도체를 양산 중이다. 또 인피니언에 인수된 사이프러스도 이곳에서 차량용 전력 반도체를 설계·생산한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은 NXP·인피니언·르네사스·텍사스인스트루먼트(TI)·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NXP, 인피니언, 르네사스는 2019년 기준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각각 21%, 19%, 15%로 3개 회사 합계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탑재하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강세를 띠지만 메모리가 전체 차량용 반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남짓이다.

특히 이번 반도체 품귀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부품은 MCU다. MCU는 하나의 집적회로(IC) 내부에 연산 프로세서, 메모리 등을 내장해 만든 반도체 칩이다. 최근에 자동차가 전자기기로 탈바꿈하며 파워트레인부터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전자제어유닛(ECU) 같은 다양한 부분에 탑재된다. NXP·르네사스·인피니언·TI 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은 MCU의 상당량을 외주로 생산한다. 현재 전 세계 MCU 파운드리 생산의 70%가 대만 TSMC 공장에서 이뤄진다.

제공=IHS마킷·KOTRA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고 생산이 감소했다. 반면 가전과 스마트폰, 서버·클라우드, 게임, 모바일 기기 수요는 폭증했다. 비대면 디지털 경제의 활성화로 전반적인 정보기술(IT) 분야가 활황을 띤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사들은 IT 기기용 반도체를 우선 생산했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는 제조, 품질 관리가 훨씬 까다로운 반면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반도체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기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완성차들이 반도체 주문량을 삭감한 것도 현재 품귀 사태의 한 원인이다.

이번 사태는 적어도 올해 2분기까지는 해소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KOTRA는 "반도체 제조에는 일반적으로 12~16주가 걸리고, MCU의 경우에는 26주에서 최대 38주까지 리드타임이 소요된다"며 "현재는 공급 부족으로 인해 거의 모든 칩의 리드 타임이 1~2개월 길어진 상태"라고 설명한다. TSMC는 밀려드는 IT 반도체 주문만으로도 공장이 100% 가동 중이어서 더욱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힘들다.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장기 품귀 현상은 전 세계적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조만간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행정명령 등 포괄적 전략을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세제 혜택을 포함한 각종 인센티브로 미국 내 반도체 설비 증설을 유도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뿐 아니라 현지 노동계도 요구하는 사안이다.

반도체 업계는 장기적으로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과 파운드리 간 분업 체제도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1980년대 실리콘밸리 신생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제조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TSMC 같은 생산 파트너와 연합하는 팹리스 모델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런 모델의 구조적 약점을 노출시켰다.

KOTRA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기지는 노후한 구형 라인들까지도 풀 가동일 정도로 여력이 없다. 또 전기·자율주행차가 발전할수록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인피니언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2단계 자율주행차에는 한 대당 160~180달러어치 반도체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4~5단계 자율주행차는 한 대당 반도체 원가가 1150~125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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