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박범계 '文 패싱' 사실 아니라면서 구체적 설명은 함구 [뉴스+]

김민서 2021. 2. 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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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사 전자결재든 문서 사인이든 대통령 결재 필수
검찰인사 대통령 결재, 누구 통해 언제 이뤄졌나가 핵심
법조계 "대통령 결재 건너뛴 인사안 발표는 국정농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사진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재가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됐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구체적 결재 과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어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출입기자들에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 재가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되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무리한 추측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동아일보는 20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문 대통령 재가를 받지 않은 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 수석이 이에 반발해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박 장관의 인사안을 사후 승인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검사장급 인사 이뤄진 7일 그날 무슨일이

일요일인 7일 낮 12시쯤 법무부는 검찰 고위 간부인사 발표를 사전공지했다. 휴일 인사 발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는 1시간 30분쯤 뒤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을 맞바꾸는 내용이 담긴 인사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검찰 빅4 중 최고의 요직으로 꼽히는 검찰 국장에 발탁된 이정수 검사장은 박 장관이 ‘갈매기 조나단’이란 폭력써클에 가입해 패싸움해서 중퇴한 서울 남강고 후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교체를 요구해온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채널A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으나 수사팀이 무혐의로 결론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복귀는 무산됐다. 

윤 총장은 이런 내용의 인사결과를 법무부 발표 2분 전에야 알았다. 법무부는 윤 총장과 만나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며 인사안에 대한 협의를 하는듯한 모양새를 연출했으나 실제 결과는 윤 총장 의견을 묵살한 것이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 윤 총장이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 의견이 무시된 건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던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박 장관, 윤 총장과 인사안 조율을 하고 있던 신 수석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은 7일 당일 대검찰청으로부터 법무부가 인사 내용을 발표한다는 얘기를 듣고 발표중단을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그대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안 대통령 결재 언제 어떻게 이뤄졌나

핵심은 검사장급 인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 결재가 언제 이뤄졌느냐다. 검찰청법상 검사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평검사는 물론 검사장급 등 검찰인사는 대통령이 전자결재든 문서든 반드시 사인해야 한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 협의를 거친 인사안이 법무부를 통해 인사혁신처를 거쳐 청와대로 올라가면 그때 대통령이 전자결재를 하든지 법무부가 문서 형태의 인사안을 민정수석이 직접 들고 가 대통령 사인을 받든 지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인사 절차에 밝은 법조계 인사는 “검찰인사는 반드시 대통령의 사인이 있어야 하고 대통령 사인을 거친 뒤 언론에 공개되는 것”이라며 “대통령 결재가 법무부의 보도자료 발표 뒤 사후적으로 이뤄졌다면 국정농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검찰 간부도 “검찰인사는 대통령 결재가 떨어진 뒤에 인사안이 공개되고 그 이후 과거엔 팩스로 각 검찰청에 팩스로 보냈고 요즘엔 ‘이프로스(검찰 내부망)’에 띄운다”며 “대통령의 검찰인사 결재는 인사권자의 공법상 행정행위에 해당하고 대통령 사인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인사안이 공개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 수석이 대면보고든 전자결재든 검사장 인사안을 담당 수석으로서 결재하고 대통령에게 올렸다면 본인이 동의한 것이어서 이에 항의하며 사표를 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청와대는 신 수석 사의 표명 사태와 관련 청와대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이 검사장 인사안에 사인한 시간과 누가 결재안을 갖고 대면보고를 한 것인지는 ‘공란’으로 남아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직접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예령 국민의 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날치기 인사안을 재가하며 법무부 장관의 전횡을 묵인한 대통령은 어제 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한마디 언급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라던 20년 지기 민정수석의 이별 통보에 조금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시는가”라고 물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불리하면 꺼내 드는 비겁한 침묵을 끝내고 결자해지하라”고 요구했다. 

김민서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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