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입은 영관급 군인 5·18묘지 참배.."군 잘못 대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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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수뇌부들이 아니면 저라도 사과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20일 오전 국방색 육군 정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관급 현역 지휘관이 군복을 입고 5·18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인근에 있던 5·18 단체 관계자들은 군복을 입은 남성이 5·18민주묘지에 나타나자 곧바로 다가와 그의 신분과 방문 취지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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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군 수뇌부들이 아니면 저라도 사과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20일 오전 국방색 육군 정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어깨에는 영관급 계급장이 달려있었다.
미리 준비한 꽃 한 다발을 참배단에 올린 그는 굳은 표정과 절도 있는 동작으로 거수경례를 하며 영면해 있는 5월 영령들을 추모했다.
또 5월 항쟁을 이끌었던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한참 동안 고인의 묘비를 바라보기도 했다.
영관급 현역 지휘관이 군복을 입고 5·18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군 내부에선 여전히 5·18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다, 5·18 유족들과 관계자들 역시 군인들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어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인근에 있던 5·18 단체 관계자들은 군복을 입은 남성이 5·18민주묘지에 나타나자 곧바로 다가와 그의 신분과 방문 취지 등을 물었다.
그는 "사실 저는 5·18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며 "평소 생각하는 바가 있고 개인적으로 참배하고 싶어 찾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대화를 종합하면 5·18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는 몇 년 뒤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당시에만 해도 5·18을 잘 알지 못했지만 90년대 초반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게 되면서 주변 학생들로부터 5·18의 진실을 접하게 됐다.
5·18의 역사를 접하면 접할수록 군복을 입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권력자의 명령에 의해 군인들이 한 행위라도 결국은 군이 국민들에게 안 좋은 일을 한 것 아니냐"며 "이에 대해 군은 분명히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역사적 정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2018년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이 38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한 바 있지만 "장관은 민간인"이라며 "현직 군인들이 찾아와 아픔에 공감하고, 추모하고, 존경하고, 기려주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군이 하지 못하면 저라도 개인적으로 와서 참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좀 더 지위를 가졌을 때 상징적으로 오고 싶어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전역을 앞두고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군부 인사 등) 당사자가 와서 용서를 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역사가 정확하게 기록되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면 그걸로 승리한 것"이라며 "군이 5·18의 아픔을 함께 추모하고 그것이 정확하게 역사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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