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도 안 돼 도의원 선거만 3번째, 충북 보은군에 무슨 일이

신정훈 기자 2021. 2. 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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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3년도 안 돼 벌써 3번째 도의원 선거를 치르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충북도 보은군이다. 2018년 7월 ‘민선 7기’가 시작됐지만, 지난해에 이어 오는 4월 충북도의회 보은군 선거구 도의원 재보궐선거를 치른다.

충북도의회 전경/신정훈

2018년 동시지방선거 당시 보은군은 충북 최고 투표율(75.7%)을 기록했지만, 두 번의 낙마를 지켜본 주민들은 “선거가 이렇게 귀찮을 때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같은 선거를 세 번째 치르는 보은 군민들은 “민심을 배신한 결과”라며 싸늘한 반응이다.

◇민선 7기 충북도의회 보은군 도의원 ‘첫 낙마’

민선 7기가 시작된 2018년 7월 이후 보은군 민의를 대변할 도의원은 공석이나 다름없었다. 부정한 선거로 도의원 2명이 잇따라 중도 낙마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하유정 충북도의원이 재판 후 법정을 나서는 모습/뉴시스

충북도의회 보은군 도의원 정원은 1명이다.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하유정 후보가 도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 의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사전 선거 운동) 의혹이 제기됐다. 하 의원이 선거를 치르기 전인 3월25일 자신의 지역구인 보은군 모 산악회 관광버스 안에서 선거구민 40여명에게 자신과 김상문 전 보은군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 의원은 2019년 4월 1심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면서 결국 당선이 무효 처리됐다. 그는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하며 의원직을 유지하려 했지만,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부정선거 혐의로 재보선 당선 4개월 만에 자진 사퇴

하 의원이 물러나 공석이 된 보은군 선거구 도의원 재보선은 2020년 4월 치러졌다. 재보선 결과 국민의힘 박재완 후보가 도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전 의원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장 3명에게 금품과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받는 박재완 전 충북도의원이 첫 공판을 마치고 청주지방법원을 나서는 모습/연합뉴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는 “박 의원은 보궐선거의 엄중함을 자각하지 못하고 금품 살포로 민주주의 꽃인 지방선거를 막장 정치로 끌어내렸다”며 “또 선거법 위반으로 주민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입혔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박 전 의원은 도의원 자리에 앉은 지 4개월여 만인 9월 8일 충북도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사퇴서 제출 이틀 만에 경찰은 박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보은군 선거구 도의원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됐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잇따른 선거에 혈세만 ‘줄줄’

지난 두 차례 도의원 선거에 들어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4월 재보선 때는 총선과 함께 선거를 치러 3억 10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됐다. 경비에는 투개표 종사자 인건비와 홍보 물품 제작비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오는 4월 선거에서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7억2000여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충북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박 전 도의원에게 지급된 선거보전 비용이 전액 환수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낭비되는 혈세가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유정 전 도의원의 경우 3993만원의 보전 비용을 모두 돌려줬다. 하지만 박 전 도의원은 확정 판결 전 사직서를 미리내면서 공직선거법(135조의 2항)에 따라 보전 비용 3329만원 전액이 아닌 위법 비용 906만원만 반환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의원 재보선의 경우도 재정에서 전부 부담하고 있고, 올해는 보은군에서만 선거가 치러져 비용이 조금 더 많이 필요하다”라며 “의원들의 낙마가 아니었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돈”이라고 설명했다.

◇싸늘한 민심, 일각에서는 “원인 제공자에 책임 물어야”

보은읍 주민 박모(82)씨는 “선거를 또 하나요. 작년에도 했는데 또 하는지 몰랐다”라며 “3년 사이에 선거를 세 번씩 하는 게 정상이냐”고 호통을 쳤다. 또 다른 주민 김모(53)씨는 “선거고 뭐고 귀찮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뽑았더니 얼마 안 있다 당선무효형 받고, 이번엔 괜찮겠지 했더니 오히려 더한 놈이었다”라며 “앞으로 어떤 훌륭한 분이 나오신다 해도 이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보은군 보은읍 전경/보은군

보은 지역 시민사회 단체도 등을 돌렸다. 이들은 “이미 아픈 경험을 한 차례 했으면 반복하지 말도록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은군 민들레희망연대 박옥길 사무국장은 “우리도 관심 없고, 치러지면 안 되는 선거”라며 “지금 나오는 후보들이 자격이 되는지, 이들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당선된다고 해도 역할을 제대로 할지 모르겠다”며 “도의원 선거를 치른 뒤 또다시 군민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 지역 시민단체는 혈세를 낭비하고 군민들에게 피로감과 혐오감을 키운 양 정당이 어떤 사과도, 공천 포기 등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 사무국장은 “도의원 선거를 3번이나 치르는 부끄럽고 유례없는 일이 발생했다”라며 “부적격 후보를 낸 양당은 더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등 책임 있는 자세로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 혈세로 또다시 선거를 치르도록 원인을 제공한 후보와 정당에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벌칙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18일 충북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보은군 도의원 재선거에 민주당은 김기준(언론인)씨와 김창호 전 영동군 부군수가, 국민의힘은 박범출·원갑희 전 군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또 박경숙 전 군의원도 무소속으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경선 등을 거쳐 다음 달 초까지 후보 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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