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만 떴나?..코로나 '덕'에 라디오의 재발견

이새봄 2021. 2. 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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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라운지] 비대면의 시대,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에 맞춰 급부상한 소셜미디어가 있다. 클럽하우스다. 클럽하우스란 초대받은 사용자끼리 자유롭게 방을 만들고, 이 안에서 영상이나 텍스트가 없이 오직 목소리로만 대화를 나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참여하기도 하며 더 인기를 끌었다. 비대면 시기에 사람들은 초대장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는 음성 SNS를 통해 소속감을 느낀다. 직접 만나기 힘든 기업인, 유명 정치인 등의 대화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신종 소셜미디어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만큼, 비대면 시대에 다시 주목을 받는 전통 미디어가 있다. 바로 라디오다. 물론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클럽하우스와 라디오는 음성을 기반으로 한 매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폼페우파브라대 미디어 심리학 연구소 연구팀은 스페인 내에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라디오 청취율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 아침에 집중되어 있던 라디오 청취 시간대는 오후까지 확장됐다. 특히 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종합 라디오 방송의 청취율이 크게 증가했고 ,음악 방송 청취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스페인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라디오 청취율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한 해 미국 내에서도 라디오 청취가 28% 증가했다. 칠레에서는 주중에 5명 중 4명이 라디오를 들었고, 3분의 2는 매일 라디오를 들었다. 호주 청취자들은 대유행 기간 일주일에 평균 1시간46분 동안 라디오를 켰고, 호주인 중 72%는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라디오 청취에 할애하고 있다. 유럽라디오협회(AER)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라디오 청취자 수는 2.4% 증가했으며, 남아프리카국립방송인협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라디오 청취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6%였다.

연구진은 이처럼 라디오 청취율이 늘어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 라디오는 늘 '위기에 빛을 발하는 매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라디오는 가장 보편적이고 단순하며, 접근하기 쉬운 매체이다. 이 때문에 역사를 돌아봤을 때 라디오는 자연재해나 전염병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마다 정보 전달에 있어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라디오는 기술적으로 매우 단순해 정기적으로 방송을 지속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정제된 정보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최신 상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뿐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코로나19를 포함한 전염병의 역사와 원인들을 분석하고, 또 다른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의 사회적 영향을 소개한다. SNS 등을 통해 유포되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역할도 한다.

또한 재택근무 등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음성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라디오가 심리적인 불안감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로 꼽혔다.

특히 라디오는 개인적인 매체로, 청취자들은 프로그램 진행자가 자신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같이 느끼기 때문에 친밀감이 생기게 된다. 연구 논문의 저자인 엠마 로데로 폼페우파브라대 미디어 심리학 박사는 "약 500명의 설문조사를 종합해본 결과 응답자들 대부분은 라디오를 듣고 있을 때 외로운 감정과 불안한 감정을 덜 느낀다고 응답했다"며 "라디오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심리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동안 많은 이들 관심에서 멀어졌던 라디오의 '재발견'은 라디오 세대들에게는 분명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팟캐스트 등 신종 매체와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등장 속에서도 '단순함'으로 맞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라디오가 반가우면서도, 매체를 통해 친밀감을 찾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떨쳐내려는 노력이 언제까지만 이어져야 할까 하는가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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