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알바생의 두 얼굴..동료 불법촬영에 아동 성 착취물 수천개
“전혀 몰랐어요. 친절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오빠였어요. 그게 다른 이유 때문일 줄은 정말 몰랐죠.”
대학생 A씨는 지난해 12월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이 떨린다고 했다. 아르바이트하던 매장 내 직원 탈의실에서 내부를 몰래 촬영하던 휴대전화를 동료와 함께 발견한 이후부터다. 휴대전화 주인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B(25)씨라서 배신감이 더 컸다. B씨와 함께 일했던 매장 직원들은 믿었던 동료의 두 얼굴에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친절하고 살가웠으며, 휴무 날에도 자진해 매장에 나와 일을 돕곤 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친절과 성실함이 자신의 왜곡된 성(性) 욕구를 채우기 위한 포장이었다는 사실에 동료들은 진저리를 쳤다.
◇탈의실서 동료 불법 촬영, 아동 성 착취물 소지까지
지난해 12월12일 오후 4시, 경남 창원시의 한 맥도날드 매장. 1층에 있던 A씨와 매니저에게 동료 한 명이 놀란 표정으로 급히 다가왔다. 2층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탈의실 한쪽 외투 주머니에 비스듬히 휴대전화가 걸쳐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저 찍힌 것 같아요.”
확인해 본 결과 휴대전화는 동영상 촬영 모드로 돼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휴대전화 주인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해온 B씨. 입대 전에도 이 매장에서 일했던 그는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고참급으로 통했다.
매니저와 동료들 추궁에 B씨는 “보조 배터리를 연결하려면 앱을 연결해야 해서 카메라를 켰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B씨 휴대전화에서 동료 여직원 20명이 옷을 갈아입는 영상들이 발견됐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심지어 B씨는 촬영 영상을 사람별로 분류하고 편집해 보관하고 있었다. 그렇게 불법 촬영한 영상이 101개였다.
A씨는 동영상을 확인하기 전 경찰에게 “충격받을 수 있다”는 주의를 들었다. 결국 동영상 대신 사진으로 자신이 찍힌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자 추가 범행 사실이 줄줄이 드러났다. B씨 외장 하드 디스크에서 아동이 나오는 성 착취물 영상과 사진이 대거 발견된 것. 숫자가 3000여개에 달했다. 경찰은 ‘박사방’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이나, 인터넷 등에서 다운로드한 것으로 보고있다.
법원은 사건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B씨를 지난 1월2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촬영한 영상이 유포된 흔적은 찾지 못했다”며 “성 착취물 영상의 경우 자신이 촬영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친절하고 성실했던 모범 직원 ‘두 얼굴’에 충격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동료들은 B씨의 ‘가면 속 얼굴’을 깨닫게 됐다. B씨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특히 여자 직원에게 유독 살갑게 대했다고 한다. A씨는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 사물함에 몰래 먹을 것을 넣어주고, 생일도 챙겨주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일부 동료들과는 술도 함께 마시는 등 스스럼없이 지내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B씨는 자신의 근무일이 아닐 때도 매장에 출근해 동료들을 돕거나, 근무가 끝났는데도 남아 일을 거들기도 했다. 일도 곧잘 하는 모범 직원이었다.
B씨의 성실함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그는 매장 탈의실이 비좁고,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점을 악용했다. 출근 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외투 주머니에 동영상 촬영 중인 휴대전화를 걸쳐 놓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주5일 근무하면서 출근과 동시에 촬영을 시작하고, 퇴근하면서 휴대폰을 가져갔다. 이 같은 범행은 2019년 6월부터 불법 촬영 사실이 발각된 지난해 12월까지 1년 6개월간 이어졌다.
동료들은 “B씨가 일을 할 때 휴대전화를 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며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지, 다른 일을 벌이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A씨는 사건 충격에 최근 일을 그만뒀다. 그는 “부모님 부담을 덜어 드리려고 2018년 4월부터 시작한 일이었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마음에 들어 3년 가까이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사건 트라우마 때문에 더 이상 일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 변함없는 맥도날드
맥도날드 탈의실 불법 촬영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군포에서도 매장에 함께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여직원들의 옷 갈아 입는 장면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적이 있었다.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탈의실이라는 점, 동영상 촬영 기능을 켠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똑같다.
같은 사건이 5년 만에 재발한 것은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남녀 탈의실 분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맥도날드 측 책임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지난 2017년부터 탈의실 내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한 관리를 엄격하게 해 왔다”고 해명했다. 불법 촬영 처벌 스티커를 부착하고, 주기적으로 탈의실을 점검했다고 했다. 하지만 성범죄를 막지 못했다.
이번에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한 창원시 맥도날드 매장 탈의실은 직원 휴식을 위한 공간에 있다. 휴식 공간엔 직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있었다고 한다. B씨는 근무가 아닌 날에도 매장에 들러 이 휴게실에서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 종종 동료들에게 목격되곤 했다. 휴게실과 탈의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만 먹으면 카메라 설치 등 범죄 위험성이 높은 환경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맥도날드 매장은 전국에 수십 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맥도날드 측은 ‘전국 매장 탈의실 남녀 분리 현황’에 대한 본지 질의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남녀 별도 탈의실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재발 방지가 힘들다는 것을 업체 자신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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