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1년 2개월 안에 당신을 위한 서울 만들겠다"
[경향신문]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1월 31일 출마 선언했으니 인터뷰한 날(2월 17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지 보름이 넘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 아직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다. 출마예정자다.
현직 의원이 출마하려면 선거법상 선거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3월 7일이 시한이다.
비례승계는 시대전환 몫이 아니다. 비록 원내 1석이지만 원내와 원외 정당의 의미는 또 다르다.
왜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일까. 궁금했다.
출마선언 후 조 의원이 차례로 내놓은 공약들은 화제를 모았다. 1호 공약의 대상은 ‘혼삶러’다. “혼자 사는 당신이 차별받지 않는 서울”이 모토다.
2호는 반려동물 공약이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를 확충해 ‘서울형 동물보건소’를 만들고 ‘반려동물의료보험제도’ 등을 정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의료비와 필수비용 비용부담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호 맞춤형 주4일 근무제나 4호 상가임대보증금 지킴이 제도, 5호 ‘삽니다! 서울아파트’ 공약도 잔잔한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이제 선거는 50일도 안남았다. 반짝 아이디어로 표를 모을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을 안고 조 의원을 국회에서 만났다.
-초선 당선자 인터뷰 때도 입법노동자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행정노동자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장에 대해 어떤 상을 그리고 있습니까.
“‘저 친구가 시장이었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이렇게 그냥 살고 싶습니다. 실제 북유럽 국가들을 보면 그래요. 시장이 약속장소에 자전거 타고 나타나고, 약속 후에도 장 볼 일이 있으면 슈퍼마켓에 들르고, 지하철을 타는. 지금 저도 스스로 운전합니다. 물론 필요하면 운전 도움은 받을 수 있겠죠. 그래도 기본은 지하철 타고 다니고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입법노동자로 부르듯이, 거기 가면 행정노동자니까 그렇게 사는 세상. 제가 공약한 것처럼 저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무주택자면 기본소득을 받고, 주 4일만 일하고 목요일 집에 가면서 ‘월요일 다시 보자’고 인사하면 좋겠어요. 반려동물이 아프면 각 구청 동물보건소에 가서 진료받고, 3000원에서 5000원만 내면 기본 백신은 다 맞힐 수 있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주택청약해서 당첨되고, 쓰레기 재활용을 하면 포인트를 받아 그 돈으로 물건도 살 수 있고…. 이런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파트도 제가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사겠다고 했잖아요. 당선된 다음 날 상징적으로 한채 살 겁니다. SH공사에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반포아크로리버라고 하던가요. 당과 상관없이 시민을 위한 정치인이 시장이 되었다, 그런 메시지를 1년 2개월 동안 계속 발신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공약 말씀이네요. 그러니까 공약을 실천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살겠다는 겁니까.
“네. 집이 없어 분양도 관심이 있으면 받을 것이고,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할 것 있으면 다 할 겁니다. 굳이 영어를 쓰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살겠다는 것입니다.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는 영웅서사를 쓰겠다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평범한 사람인데 나름대로 공심이 있고 유능하네. 서울을 조금 낫게 만드네’ 정도? 저는 통치자가 아니라 서비스맨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약발표문을 보면 ‘유쾌한 반란, 당신을 위한 서울’이라는 말을 모토로 삼고 있어요. ‘당신’이라는 말을 강조하던데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 시절에 썼던 시민고객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건 서울시민을 함께 만들어갈 주체가 아니라 서비스 대상, 소비자로 만드는 게 아닐까요.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고 중요한 결정이었어요. 저는 집단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힘과 집단의 시대에서 어쩌면 개인이 중심에 서는 세상이 됐어요. 저는 명절에 갖는 모임이 왜 이리 불편한가, 그거는 공동체인데 개인이 함몰되는 공동체예요. 개인의 사생활에 훅훅 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후배세대가 편한, 좀더 익숙해져 있는 세상은 개인이 보호해야 할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는 그들의 세상, 우리의 세상을 거쳐 당신의 세상이 왔습니다. 의도적으로 쓴 것 맞아요.”
-당신 대신 우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듭니다.
“특히 연세가 있는 분들로부터 그런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요, 20대들은 열광합니다. ‘당신특별시’라는 말의 느낌이 너무 좋다는 겁니다. 아랫세대는 아파트 65만채에 관심이 없고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아파트 한채, 당신을 위한 논의를 원합니다. 우리 정치는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우월하고 개인을 이야기하면 가볍고 이기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공동체가 다시 살기 위해서는 굉장히 무시당하고 소외되고 있는 개인에 대한 콘셉트가 다시 살아나 그들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공약만 보면 기성정당의 구태의연했던 공약의 우선순위를 깼습니다. 생각해보면 혼자 사는 세대가 다수가 됐어요. 틈새가 아니라 어찌 보면 대책을 내놔야 하는 가장 과제가 됐어요. 2순위 반려동물 인구도 만만치 않고.
“혼자 사는 세대가 33%를 차지합니다. 가장 높은 비율이에요. ‘혼삶’에 대한 역차별이 너무 심해요. 한도 끝도 없더라고요. 등록된 반려동물도 전국에 1000만마리입니다. 서울 다섯가구 중 한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요. 한 시민을 만났는데 ‘우리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하는데 수술비가 200만원 든다고 해서 고민이다’고 그래요. 알고 봤더니 그 아이가 고양이였어요.”
-공약은 어떻게 만든 겁니까.
“우리 정당(시대전환)이 의제정당입니다. 의제별로 위원회가 있어 움직입니다. 기본소득위원회, 남북관계위원회. 가장 활발한 위원회가 기본소득도 아니고 ‘혼삶’입니다. 혼삶위원회에서 지난 1년 동안 나온 이야기를 공약으로 정리한 것이죠.”
-아이디어는 번뜩이는데, 실행 가능성이 있느냐, 역설적으로 실현성이 없기 때문에 기발하게 튀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에게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주신다면 결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블루프린트를 놓고 이 비행기가 뜰 거냐 안 뜰 거냐 논쟁하는 것인데, 짧게 저희에게 1년 2개월 맡겨주시면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후보마다 부동산 이야기를 쏟아놓는데, 대부분 1년 2개월 내에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짓겠다는 것이 아니니 달라요. 포인트 주는 쓰레기 수거기가 동네마다 설치되는지 안 되는지, 그걸 통해 재활용 비율이 올라가는지 안 올라가는지, 반려동물이 갈 수 있는 동물보건소가 구청마다 생길지 아니면 안 생길지 보면 될 거 아닐까요. 저는 디테일에서 수정 가능성은 100% 인정합니다. 하지만 접근법은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는 참여 안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제3지대하고 싶었어요. 진짜하고 싶었어요.”
- 국민의힘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예. 국민의힘 쪽이 아니라면. 아니 제3지대에 있는 사람이 국민의힘으로 단일화하면 이게 어떻게 제3지대입니까. 중간정거장이지. 제3지대라고 부르지 말던지. 제가 역제안 했어요. ‘안철수나 금태섭 의원이 이기시면 국민의힘으로 가고, 저는 깨끗이 사퇴하겠다, 그런데 만약 제가 이기면 제 길로 가겠다.’ 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는지. 저를 이길 자신 있으면 제가 무슨 소리를 하던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 안철수의 행보에 실망을 많이 하신 듯합니다.
“출마의 변이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자신이 나왔다는 겁니다. 새로운 정치, 중도실용 정치를 하겠다고. 사실 지금 시대전환의 포지션이 중도진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문을 연 것이 2012년의 안철수 대표입니다. 중도 제3지대 정치를 스스로 문 닫아버렸구나, 하는 아주 큰 아쉬움이 있어요. 후배들에게 나중에 뭐라고 설명하려고 저러시나.”
- 금태섭이 이 리그에 뛰어드는 것도 마음에 안드는 거죠?
“금태섭 의원은 아쉬워요. 뭐라고 할까. 너무 왜, 그 경선에 참여하시는지…. 여러 가지 이유로 이해는 되지만 왜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논의하겠다는 걸까. 정치인으로서 진영을 그렇게 훅훅가는 것은 역사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 고민을 좀 더 진지하게 해보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3월 7일 이전에 당원들에게 의사를 한 번 더 묻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정당은 선거를 위해 있고, 선거를 통해 크는 것이라 생각해요.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많은 격론이 있었고요. 차라리 지방선거 준비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저는 2022년 지방선거 준비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가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잘 압니다. 당이 원외냐, 원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입니다. 그때까지 시대전환과 조정훈을 얼마나 알리는지를 보자, 3월 7일 뚫고 넘어갈 만큼 되는지,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있는지. 그건 제가 당대표로서 제 의원직을 공공재로 생각한다면 적어도 그런 약속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인지도가 낮지만 당선되는 것까지 프로그램을 그리고 있나요?
“그게 없이 어떻게 선거를 합니까. 이번 선거에서 원하는 목표는 분명해요. 거기로 이르는 길도. 이제 50일이 안 남았는데, 정말 앞으로 많은 국면이 벌어질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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