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접종' 마다 않는 세계의 백신 리더십.. 文대통령 선택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7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백신을 접종했다. 전 세계 국가 중 처음이다. 아직 얀센 백신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에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이 백신이 임상 결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57% 정도 예방 효과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아공에선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1호 접종자’를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으로 선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얀센 백신을 남아공 내에서 최초로 접종했고, 즈웰리 음키제 보건장관도 이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공개 접종을 했다. 남아공 사례처럼 대국민 백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 리더들이 공개 접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도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 최윗선 지도자들도 이른 시일 내에 공개 백신 접종을 하며 대국민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선인 신분 때 공개 접종한 美 조 바이든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현지 시각) 델라웨어주 뉴왁의 크리스티아나케어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취임 전 당선인 신분이었다. 그의 백신 접종은 방송과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각) 모더나 백신을 공개 접종했다. 미국 코로나 대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도 지난해 12월 22일(현지 시각) 모더나 백신을 공개 접종했다.
미국은 당시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 거부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미국은 이 같은 백신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흑인이자 이민자 출신인 여성 간호사를 1호 접종자로 선정했고, 정부 최고위 인사와 보건 당국 최고 권위자가 공개 접종에 나선 것이다.
◇'1호 접종자' 마다치 않는 국가 지도자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이스라엘도 예외는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과 함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라마트간 지역에 있는 시바 메디컬 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1호 접종자’였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국민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백신 접종 전 유튜브에서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이라며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 그의 접종은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6만여명이 접속해 그 장면을 지켜봤다. “멋지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터키 ‘1호 접종자’는 파흐레틴 코자 터키 보건부 장관이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코자 장관은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터키에서 가장 먼저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 코자 장관은 “고위 관리가 먼저 백신을 접종해 모범을 보일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정상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수도 앙카라의 시립병원에서 이 백신을 공개 접종했다.
◇프랑스 보건 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 공개 접종
유럽 여러 나라를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예방 효과’ 문제가 불거지자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아스트라제네카를 공개 접종하는 일도 있었다. 스위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을 보류하고 프랑스·독일 등은 65세 미만 접종 권고를 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이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등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도 접종 거부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그러자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지난 8일(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개 접종했다. 의사 출신인 베랑 장관은 프랑스 파리 인근 센에마른주 믈룅의 한 병원에서 이 백신을 접종했다. 그는 “현재 우리 영토에서 확산하는 바이러스의 99%는 남아공발 변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과학계와 의학계의 평가”라며 “프랑스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거의 모든 코로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불신 해소 필요
우리나라도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다. 1차 접종 대상자 가운데 일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1분기(2~3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백신 물량은 총 100만명분으로 화이자 백신 6만명분을 제외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94만명분이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이 이르면 3월 말 50만명분이 더 들어올 전망이지만, 1분기 막바지이다. 최일선 코로나 의료진을 제외하면 1분기 우선 접종 대상자는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또 방역 당국이 유럽 각국의 사례 등을 고려해 3월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미국 3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차 접종 대상자 중 65세 이상은 이 백신 접종을 미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안전성은 이미 증명됐다”고 했고,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안전성과 65세 미만에 대한 예방 효과는 입증됐다”고 하지만, 국민 불신은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 당국 수장들이 솔선수범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며 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60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56세라 65세 미만이다. 보건 당국 최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권 장관과 정 청장, 김 처장은 “필요하다면 솔선수범해서 백신을 공개 접종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언제, 어떤 백신을 접종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제롬 킴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도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1956년 미국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소아마비 백신을 맞은 후 미국 내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확 늘었다”며 “한국 정부도 정치인이나 한류 스타들이 백신을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제, 어떤 백신을 접종할까
우리나라에선 다른 나라 국가 리더들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 어떤 백신을 접종하는 지도 관심사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방역에 종사하는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굳이 우선순위가 될 필요가 없다”면서도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문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불신을 없앨 수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고, 2번 접종은 보건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질병청장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1953년생인 문 대통령은 68세로 65세 이상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미국 3상 결과가 3월 말에 나오는데, 4월에 우리 정부가 이 자료를 받아 65세 이상 접종 여부를 결정한다. 문 대통령이 이 백신을 접종하려면 3월 말 미국 3상 결과가 65세 이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나오고, 정부가 4월에 65세 이상 접종 가능 판단을 내려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하며 예방 효과가 있다”며 “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이른 시일에 공개 접종을 하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했다. 마 부회장은 또 “전국 각지에 있는 65세 미만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와 종사자들이 이 백신을 처음 접종하기 때문에, 65세 미만 지방자치단체장과 방역 책임자, 의료인 대표 등도 1분기에 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지역 주민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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