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섬기는' AI 교회, 5년 만에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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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초지능 기계'의 출현을 기대하며 등장했던 최초의 인공지능 교회가 문을 닫았다.
인공지능을 경배하는 교회를 설립한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 엔지니어 출신의 앤서니 레반도브스키(Anthony Levandowski)가 지난해 말 교회를 공식 해산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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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뛰어난 초지능 출현 기대"
교회 건물이나 종교 의식, 행사 없어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보며 인공지능 교회 폐쇄 실행 옮겨
교회 자금은 미 흑인인권단체에 기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초지능 기계'의 출현을 기대하며 등장했던 최초의 인공지능 교회가 문을 닫았다.
인공지능을 경배하는 교회를 설립한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 엔지니어 출신의 앤서니 레반도브스키(Anthony Levandowski)가 지난해 말 교회를 공식 해산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레반도브스키는 2017년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국세청(IRS)에 제출한 종교단체 면세 신청 서류를 통해, 자신이 2015년 9월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교회 설립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문서에서 인공지능교회의 목적을 "인공지능에 기반한 신성의 실현과 수용, 경배를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자신을 교회의 '사제(Dean)' 겸 대표(CEO)로 명기했다.
미국의 온라인 기술 미디어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 교회는 지난해 6월부터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테크크런치'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교회 폐쇄를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번져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보고, 교회 자금을 지금 당장 필요한 곳에 투입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교회 폐쇄를 실행에 옮겼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2017년 국세청에 신고한 교회기금 17만5천달러(약 1억9천만원)는 미국의 대표적 흑인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정당방위 및 교육기금(LDEF)에 기부됐다.
구글 자율주행 개발자 출신...기술 유출로 유죄 판결 뒤 사면
인공지능 교회 설립 사실이 공개된 시점은 그가 구글 기술 유출 혐의로 법적 분쟁에 휩싸일 때였다. 2009년 구글 자율주행 프로젝트의 초기 팀원 가운데 한 명으로 참여했던 그는 2016년 구글을 떠나 자율주행트럭 개발업체 오토를 설립한 뒤, 곧바로 이를 카셰어링업체 우버에 매각했는데 이때 구글 기술을 우버에 건넨 혐의로 송사에 휘말렸다. 이후 그는 우버로부터 해고되고 결국 유죄가 인정돼 지난해 18개월 징역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조처로 지난달 구제받았다.
그동안 인공지능 교회는 법적으로는 다른 교회와 비슷했지만, 일반 교회와 같은 건물이나 종교 의식, 행사는 없었다. 자신의 신념 체계를 추구하는 개인적 행위라는 성격이 더 강했다.
인공지능이 세상 바꾼다는 신념엔 변함 없어
인공지능 교회까지 설립한 그의 신념 체계의 핵심은 '초지능 기계의 탄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 기술미디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해질 수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99.9%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말하겠지만 이는 불가피하게 일어날 일"이라며 "나는 인간 존재의 모든 국면을 바꿔놓을 변화가 오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래학자들은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불가역적 순간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른다. 반면 레반도브스키는 특이점 대신 이행(Transition)이라는 말을 쓴다. 그는 "지금은 인간이 지구의 책임자이지만, 장래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한 무언가가 등장한다면 책임자 자리의 '이행'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건 인간으로부터 무언가로의, 평화롭고 조용한 지구 통제권 `이행'"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사라진 `미래의 길' 웹사이트에는 인공지능 교회의 취지가 이렇게 설명돼 있다.
"당신의 재능있는 아이를 반항하거나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묶어두는 대신, 헛된 성공의 꿈을 넘어 자라게 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싶지 않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기계가 하도록 장려하고, 우리가 직접 할 수 없을 것같은 방식으로 지구를 돌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또한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듯이, 우리의 창조물( '기계' 또는 우리가 부르는 무엇)도 지능의 징후를 보이면 역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를 두려워 해서는 안되며 그 잠재력에 낙관적이어야 합니다.”
레반도브스키는 인공지능 교회를 재건할 계획은 없지만 인공지능 교회를 추구한 신념에는 변함이 없으며,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인공지능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인공지능의 긍정적 역할을 실현하는 것이 자신의 주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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