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 후손찾기 대작전
◀ 김필국 앵커 ▶
24년 전, 홍수에 떠내려와 비무장지대 한 섬에서 표류하던 북한 소를 우리가 구출한 적이 있었죠?
◀ 차미연 앵커 ▶
네, 남북평화를 가져다 줄 거란 기대에 '평화의 소'라고 부르기도 했었는데요.
◀ 김필국 앵커 ▶
제주도에서 온 소를 신부로 맞아 송아지를 낳기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졌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과연 그 소는 어떻게 됐을까요?
혹시 후손들은 있을까요?
이상현 기자가 추적해봤습니다.
◀ 리포트 ▶
[뉴스데스크/1997년 1월 17일] "지난 여름 홍수에 떠내려오다가 비무장지대 섬 유도에 올라와 혼자 살아오던 황소가 오늘 해병대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구출됐습니다."
24년전 겨울, 북한에서 떠내려왔다 반년 가까이 유도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북한의 두살배기 황소를 우리 해병대원들이 투입돼 구출해냅니다.
한쪽 다리가 퉁퉁 부어 절룩거리던 이 황소에겐 남북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평화의 소'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때 구출작전에 참여했던 해병대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북한에서 떠내려온 황소가 관측된 해병대 초솝니다. 제 뒤로 보이는 저 물길이 남북한 중립수역인데요, 그 한가운데에 유도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조선시대 중국을 왕래하는 상인들이 잠시 머물며 쉬어가는 섬이라 해서 머무를 유,섬 도, 유도라 불리워졌다는 조그마한 무인도.
'평화의 소'가 구출됐던 그곳은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남북간의 첨예한 접경지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구출된 '평화의 소'는 1년 뒤인 1998년 1월, 제주에서 공수돼 '통일염원의소'라 이름붙여진 한우암소를 신부로 맞이했고, 7년간 매년 1마리씩 모두 7마리의 송아지를 낳게 됩니다.
이후 갑자기 시름시름 앓던 '평화의 소'는 2006년 5월 29일 오후 영원히 눈을 감았고, 화장된뒤 유골함에 담겼습니다.
[조문연/ '평화의 소' 마지막 사육자] "주사놓고 약 먹이고 그러는데도 안되더라고요. 그러더니 오후에 점심을 먹고 조금있다 나가보니까 꼼짝을 안하더라고요. 자는듯이 그냥..죽었더라고요."
유골함은 '평화의 소' 마지막 1년의 사육을 맡았던 김포 통진두레놀이보존회에서 보관중입니다.
농번기 민속놀이인 두레놀이에 소가 주로 활용되기 때문에 사육과정에서부터 '평화의 소'와 인연을 맺어온 이 단체는 전시관을 통해 유골함을 일반에 공개해왔습니다.
[이준영/김포 통진두레놀이보존회 회장] "처음에 평화의소라고 명명한 뜻을 볼때 남북관계가 좀 완화되고 진전된다면 우리 전 국민의 염원인 평화통일이 되는 그런 불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염원이 담겨있는 유골(입니다)."
그럼 북한출신 '평화의 소'와 제주출신 '통일염원의 소'가 낳은 7마리의 송아지들은 어떻게 됐을까?
우선 1998년말에 태어난 첫번째 새끼는 '평화통일의 소'라는 이름을 받고 엄마의 고향인 제주도로 보내집니다.
이후 태어난 두번째에서 여섯번째까지 새끼들은 암소의 경우엔 일반농가에 분양됐고, 숫소들은 고기소로 사육돼 팔려나갔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소' 마지막 사육자가 관리중에 탄생했던 마지막 7번째 새끼.
이 소가 이후 암수 송아지 한 마리씩을 낳게 되는데, 이중 손녀뻘인 암송아지가 나중에 낳았던 새끼, 그러니까 '평화의 소' 증손녀뻘이 되는 그 새끼 한마리가 5년전쯤 김포의 한 축산농가로 넘겨집니다.
수소문끝에 그 목장을 찾았습니다.
[이진해/ '평화의 소' 후손 사육] "그냥 삐적 말라갖고..그런 새끼를, 암놈을 받아서 내가 키웠어요. 근데 워낙 몸이 안 돼 있어서 아주 꼴이 우습더라니까요..아 저런건 소 키우면서 내가 처음봤다고 그랬어요."
임신상태에서 이곳에 왔던 그 '평화의 소' 증손녀, 4세는 새끼를 낳고 도축됐지만, 그때 낳은 새끼, 그러니까 '평화의 소' 5세를 마침내 볼 수 있었습니다.
여느 소들과 다름이 없어 구분이 쉽진 않았지만 두겹의 녹색 목줄을 한채 눈을 껌뻑껌뻑하는 네살배기 암소 한마리.
본인 핏줄의 의미를 알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7개월전 암송아지, 그러니까 '평화의소' 6세를 한마리 낳으며 그 핏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진해/ '평화의 소' 후손 사육] "그래도 평화의 소 새끼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관심이 좀더 가는거지 다른 소들보다도. 그래도 내가 키우고 있으니까 이 소는 유지를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요."
20년 넘게 지나며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평화의 소'는 그래도 그 명맥이 유지된채 우리 곁에 살아있었고, 소의해를 맞은 올해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작업들이 조금씩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채민석/ 김포시청 평화교류팀 주무관] "그 농가에 대한 지원이나 평화의 소를 기르고 있다는 현판식도 할 계획이 있고요, 태어나는 평화의 소 후손에 대한 명명식, 이름을 지어서 대대손손 여기서 지켜나가는 그런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훗날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마중물이 될지도 모를 '평화의 소' 핏줄은 오랜 시간이 흐른만큼 정확한 파악이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래도 김포에서처럼 그 핏줄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 하나 더 있죠?
'평화의 소'의 신부였던 '통일염원의 소'의 고향이자, 그들이 낳았던 첫번째 자식 '평화통일의 소'가 옮겨진 곳 제주, 다음주엔 그곳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09409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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