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치며 삿대질 김정은 왜 화났나

2021. 2. 2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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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내각 간부들이 세운 경제 계획을 매섭게 질타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단상을 내리치면서 노기를 감추지 않았는데요.

간부들이 도대체 뭘 얼마나 잘못했기애 그렇게 화를 낸 건지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이번엔 관료들의 고질적 문제를 반드시 뜯어고쳐서 경제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오상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내각 부처의 업무계획을 평가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나흘 내내 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습니다.

수시로 삿대질을 하고 단상을 내리치거나 불끈 쥔 주먹을 흔들어 보이며 노기를 감추지 않습니다.

[조선중앙 TV] "경제사업계획에 당대회의 사상과 방침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혁신적인 안목과 똑똑한 책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달 전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노선을 토대로 내각 경제부처들이 작성한 업무계획이 문제투성이라는 겁니다.

먹는 문제를 책임진 농업부문의 업무계획은 "허풍"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어려운 조건을 감안하지 않고 생산목표만 비현실적으로 높이 세웠다는 겁니다.

[조선중앙 TV] "농사조건이 불리하고 영농자재를 원만히 보장하기 어려운 현 상태를 전혀 고려함이 없이 5개년 계획의 첫해부터 알곡 생산 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이 세워놓아 계획단계에서부터 관료주의와 허풍을 피할 수 없게 했습니다."

반대로 전력, 건설, 경공업 부문은 생산계획을 너무 낮게 잡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 TV] "이것은 경제부문 일꾼들이 조건과 환경을 걸고 숨고르기를 하면서 흉내나 내려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입니다."

목표에 미달할 경우 책임을 지게 될까봐 조건을 핑계대거나 수요를 낮춰잡아 목표를 하향조정하던 관행을 콕찝어 비판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전력 등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 TV] "주요공장,기업소들과 전국의 지방산업공장들, 농업부문에서는 전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장해 줄 것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으며 탄광,광산들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들이 존재하고 인민들의 생활에도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내각 경제분야에 대한 지도를 책임진 당 경제부장 김두일이 임명 한 달만에 경질되고, 능력이 검증된 오수용이 새로 경제부장에 임명됐습니다.

김 위원장의 측근 실세인 조용원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한발 더 나아가 부실한 경제계획이 매우 심각한 정치적 문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선중앙 TV] "이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총비서동지의 사상과 의도를 반대해나선 반당적,반인민적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강하게 추궁했습니다."

북한이 경제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혹독한 점검과 평가를 하는 이유는 경제 실적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은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인 올해 사업을 혁신적으로 전개하지 못 하면 발전을 추동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지난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은 결국 최고 지도자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고 그러니까 (앞으로) 세운 목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되는 그런 압박감을 최고 지도자가 갖고 있다고 볼 수가 있죠."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로 수입이 거의 중단되면서 곳곳에서는 물자난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평양에서조차 밀가루나 설탕, 의약품을 사기 어려워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옷이나 신발 가격도 서너배 오른데다 구하기도 힘들어 대사관 직원들도 자녀들의 옷을 서로 돌려 입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의 전체 대외 수입액은 전해 대비 1/5 규모로 줄어들었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80% 이상 급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체제붕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당장 심각한 식량과 물자난을 극복하고 중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간부들에 대한 고강도 충격요법을 실행한 셈입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질적인 관행을 혁파하고 조직의 인적 쇄신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쉽게 바꿀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문제는 경제계획을 달성하려 해도 이를 위한 에너지, 원자재 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국가 기관들이 생산품이나 수입물자를 통제, 장악해 필요한 곳에 유통시킬 것과 힘있는 특수 기관들도 예외없이 이 통제를 따르도록 강력히 지시했습니다.

또 군 복무 기간을 남성 여성 모두 2년씩 단축한 것도 경제현장에서 질좋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청년들이 현장 속에서 일을 하고 또 주민들을 이끌고 가는 이런 형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젊은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서 모범을 보이고 이런 쪽의 사회적 흐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충격요법과 대책이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관료들의 해이, 아마 문화적인 이 차원도 나름 법을 통해 엄격히 다스린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본보기, 혹은 예고편이라는 점에서 보여주기식의 성과는 있을 수 있지만 개방과 외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경제난 극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경봉쇄 해제와, 대남 대미관계 개선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대외 분야의 활동방향을 명백히 찍어주었다고 밝혀, 상황 타개를 위한 북한의 행동이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오상연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094098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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