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대가 치를 수 없는 아동학대
■ "어른들이 미안해…."
"어른들이 미안해…."
-영화 '클로젯' 中
지난해 개봉한 영화 '클로젯'의 주인공 상원의(하정우 분) 극 중 대사입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열한 살 난 딸과 둘이 살던 상원.
대체 누구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 잇단 '아동학대' 사건…미안하고 뼈아프다
아동복지법 제3조 7항에서는 성인이 아동을 해치거나 발달을 저해할 모든 가혹행위를 '학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내다 버리거나 돌보지 않는 것도 당연히 학대에 해당합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일련의 사건들은 모든 종류의 학대를 보여줬습니다. 이 같은 학대는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도 했죠.
양부모의 잇단 학대 뒤 숨진 정인이 사건, 열 살 난 조카를 물고문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사건, 태어난 지 2주 된 영아가 친부모의 폭행 뒤 숨진 일까지.
우리 사회는 이제 '미안함'을 넘어, 분노와 함께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 '생후 2주 영아 사망' 뒤…아동학대 예방 제도 점검
생후 2주 영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전북 익산. 피의자인 20대 부부는 지난 11일 긴급 체포됐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1년 전 이들의 첫째 자녀에 대한 학대 의혹까지 터져 나왔는데요, 이후 지역에서는 뒤늦게나마 아동학대를 예방할 전반적인 제도 점검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라북도경찰청은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당시 아동학대처벌법 상 학대치사의 혐의를 적용했었습니다.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혐의를 '살인죄'로 바꿨습니다. 피의자들이 영아를 미필적 고의로나마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겁니다.
또 익산시는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24시간 아동보호 대응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시 소속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8명의 전문성을 강화해 위기에 놓인 아동을 주기적으로 발굴해 관리하는데에도 힘쓰기로 했습니다.
■ 적극적인 신고와 강력한 처벌 뒤따라야
더불어 아동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아동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온 국민이 꼭 신고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9년을 기준으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4만 건이지만 실제 수사가 이뤄진 사건은 10%인 4천 건에 불과하다"며 학대 의심 사례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했습니다.
더욱 강력한 처벌에 대한 요구도 큰데요,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학대받은 아동이 다치면(중상해) 가해자를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아동이 숨질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이나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하게 돼 있습니다.
전북에서는 지난 2017년 다섯 살배기 여자 어린이가 숨진 채 야산에 유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숨진 어린이의 친아빠였습니다. 수사 결과 이 30대 남성은 자신의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입니다.
■ '아동학대' 해외는 처벌 어떻게?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아동학대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을까요?
미국(뉴멕시코주)에서는 지난 2002년 생후 155일 만에 학대로 숨진 아기 브리아나의 이름을 딴 '아기 브리아나법'이 제정됐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학대로 아동이 숨질 경우 1급 살인으로 간주해 3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합니다.
지난 2007년 독일에서는 3살배기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계부에게, 2013년 영국에서는 상습 폭행을 당한 뒤 숨진 4살 아동의 계부에게 각각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절대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한계는 있지만, 친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고 씨가 20년 형을 받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판결입니다.
■ 아동학대, 대가를 치를 방법이 없다
물론 강력한 처벌과 높은 형량이 아동학대 근절의 직접적인 대안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강력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는 일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또 아동학대가 단순 형사사건으로 국한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학대라는 병폐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또한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클로젯'의 상원은 극 중 누군가를 껴안고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내용을 옮겨적을 순 없지만, 그 장면의 감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매우 슬프고, 동시에 너무나도 나약한 한마디였습니다.
아프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대가를 치를 방법이 없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촬영기자 한문현
[관련기사]
‘생후 2주’ 아기 숨지게 한 부모에 ‘살인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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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우 기자 (ss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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