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도 간절한 사람들 늘고 있다" [강영연의 인터뷰집]
자산·소득 적은 사람이 피해보는 부동산 시장
임대주택도 생의 사다리로 인정해야
부동산 시장 규칙 바꿀 것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청년 주거 문제 운동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2011년 민달팽이연합을 만들어 집 없는 청년들을 대변해왔다. 그는 한국의 주거 상황이 자산과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 집권당의 청년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청년 임대주택 등이 늘어나야한다고 주장한다. 임대주택이 청년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지적에 "임대주택도 누구에게는 자기 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고 권 대변인은 말했다.
◆"임대주택도 간절한 사람들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권 대변인은 집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투자에 적극적인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했다. 본인도 민달팽이유니언 등 사회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비슷하게 지냈을 거 같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벌 수 있는 돈과 자산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그런 사회가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룰(규칙)을 바꿀 수 없는 개인들이 그 기준에 맞춰 선택하는 것을 비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은 그 룰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고시원 등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다. 평당 임대료를 비교했을때 타워팰리스보다 고시원이 비싸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도 그가 속해있던 민달팽이유니언이었다. 그는 "청년의 주거 문제가 젊어서 잠깐 겪는게 아니다"라며 "자산과 소득이 적은 사람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권 대변인은 "통계청에 따르면 고시원, 찜질방,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에 사는 사람은 2005년 5만명에서 2015년 39만명으로 늘었다"며 "원룸 주거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도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 만큼이나 비주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대변인은 "서울 용산에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의 민간분야 임차인을 모집하는데 3만명이 넘게 몰려 최고 92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임대주택도 누구에게는 자기 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호텔 전세 정책에 대해서도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1인가구는 모두 여기에 살아야한다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1인가구로 살더라도 넓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4~5평짜리 호텔 방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5평짜리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더 넓은 평수가 되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테니까요."
◆기본만 갖춰진 집이면 충분
권 대변인 자신은 사실 집에 대한 로망은 크게 없다. 고시원, 4~5평짜리 원룸에 사는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다보니 집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도록 통풍이 잘 되고, 물이 잘 나오고 난방이 잘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기본적인 것만 갖춰진 집이라면 어디든 상관 없습니다."
다만 요즘 들어 '평지'에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지금 사는 집은 연희동 빌라다. 예산에 맞춰 집을 구하다 보니 마을버스 종점에 있는 지금 집을 고르게 됐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일이 힘들었던 날은 퇴근길 언덕을 오를 때 많이 괴롭다"며 "평지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고 말했다.
기본이 갖춰졌다면 중요한 것은 가격, 주변 환경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 환경은 주변에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다.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기 떄문이다. 권 대변인은 "생각이 정리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경험한다"며 "이런 생활이 일상화돼야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과 늘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싶다"며 "어떤 것을 공유하고, 어떤 것은 사적으로 지내면서 살면 즐거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집은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
집에 가장 갖추고 싶은 것은 스피커다. 사실 지금도 스피커가 있지만 음량기능이 고장나서 새것을 사고 싶다고 했다. "집에 있을 때 햇살이 들어오고, 창을 열고, 음악을 틀어놓으면 마치 다른 공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멀리 가지 않아도 새로운 장소에 있는 것 같고 힐링을 받는 기분입니다."
소파와 테이블도 집에 있었으면 하는 구성품이다. 그는 "지금 집이 좁아서 좌식 가구만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매일 누워만 있는 것 같다"며 "소파와 큰 테이블을 놓으면 일도 하고 식사도 하고 책도 보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집이란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노숙생활을 오래했던 분의 인터뷰에서 본 문장인데 매우 공감했습니다. 저만해도 밖에 있을 때는 대변인의 역할도 해야하고, 시민사회활동가의 모습도 갖춰야 합니다. 그것은 저의 일부지만 완전한 제 모습은 아닙니다. 집에서는 그런 사회적 역할과 상관없이 정말 나일 수 있습니다. 내가 왜곡되지 않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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