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보러왔다 부장님 만났다"..클럽하우스 떠나는 사람들

신미진 2021. 2. 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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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음성 SNS 클하 800만 다운로드
인기 높아지며 폐쇄성 매력은 떨어져
얼굴평가방 맞팔방 늘며 이탈 높아져
음성 SNS 애플리케이션 '클럽하우스'.
# 이도은(30)씨는 최근 화제의 애플리케이션(앱) '클럽하우스'를 삭제했다.

주변에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지인들이 늘어나면서 흥미를 잃은 것. 이 씨는 "마치 나만 아는 맛집이 방송에 나오면서 대기줄이 생긴 것"이라며 "대중화되면서 대화 주제 질도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 이용자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음성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마치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평소에 만나기 힘든 '인싸'들이 이용했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가입자가 늘고 있다. 초대 기반인 클럽하우스 가입을 위한 초대장이 유료로 팔리고 있는 것도 높은 인기 덕이다.

클럽하우스의 높아지는 인기의 한편에선 떠나는 사람도 생겨났다.

매력인 '폐쇄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 유명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초반 유명세와 달리 단순 놀이에 그친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클럽하우스 다운로드 추이. [자료 출처=앱애니]
◆ "초대장 1만원" 희소 가치↓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클럽하우스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는 810만건을 돌파했다. 이달 1일까지만 해도 다운로드 수는 350만건에 불과했는데, 10여일만에 4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진 것이다. 한 이용자는 "클럽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나 이용하는 앱이 됐다"고 말했다.

초대장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클럽하우스는 가입자에게 1인당 2장의 초대장을 준다. 이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클럽하우스에 가입할 수 있다. '돈 주고도 못 산다'는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초대장이 1만원대에 중고 거래되면서 매력을 잃었다. 여기에 팔로워 수가 많은 유저들에게 초대장 1~3개를 추가로 나눠준 것도 희소 가치를 떨어트렸다.

휴대폰 연락처에 번호가 저장돼있는 상대방이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면 알림이 뜬다.
◆ 가입했더니 '부장님'이 팔로우

사생활 침해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클럽하우스 이용자에게는 팔로워가 참여하고 있는 대화방이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본인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 지 타인에게 노출되는 셈이다.

김 모(33)씨는 "남자친구와 다투고 클럽하우스 연애상담 대화방을 들어갔는데, 다음날 회사에 소문이 다 났더라"며 "알고보니 팔로워를 맺은 동료가 내가 (연애상담방에) 참여한 것을 봤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클럽하우스는 휴대폰 연락처를 기반으로 한다. 앱에 가입하면 내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게 알림이 간다. 이 모(31)씨는 "가입을 하자마자 부장님이 나를 팔로우했다"며 "사생활이 공유되는 것 같아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포모는 유행에 뒤처져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뜻한다.

서로 SNS 팔로워를 늘려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맞팔방'.
◆ 일론 머스크 대신 '얼평방'

일회성 사용에 그치는 사례도 많다. 호기심에 가입을 했다가 기대와 달리 대화 주제가 다양하지 않거나 질이 낮다는 실망에서다. 클럽하우스는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유명세를 탔다. 국내에서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재계 인사들이 대화방에 등장했다. 그러나 유명 인사와 대화할 수 있는 '발언권'을 얻기가 쉽지 않아 일방 소통에 그치는 일이 다반사다. 또 '얼평방(얼굴 평가방)', '맞팔방' 등은 클럽하우스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얼평방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유하면, 공개적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평가하는 곳이다. 맞팔방은 서로 SNS 팔로워 수를 늘려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맞팔방에서는 대화가 금지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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