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이어 제주공항도 삐끗..국토부, 정책반영 두고 '골머리'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제주도민의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들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의견이 높게 나왔다. 도민과 지역주민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국토교통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투표법(제24조)에 따르면 과반 득표결과가 나오면 지자체는 이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국가정책인 경우(제8조)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 중앙행정기관장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사업의 경우 최종 결정권한이 국토교통부로 넘어가는 셈이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가 주민투표법에 의거해 실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민투표법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고 하더라도 제주도가 국토부에게 공을 넘기면서 최종 결정은 국토부의 몫이 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9일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종료에 따른 입장문'을 통해 "조사결과는 제주도의회와의 협의에 따라 공정관리 공동위원회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 국토교통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며 "이제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제주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옳은지, 실제 공항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옳은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제주도가 의사결정을 하지않고 국토부에게 공을 넘긴 것도 이같은 현실 때문이다.
국토부는 제주도의 입장이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항시설법 제3조 4항에 따르면 '기본계획을 변경하려는 경우 지자체장의 의견을 들은 뒤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의사결정이) 아주 어려워지게 됐다"며 "제주도의 뜻을 명확히 들은 후 국토부의 이후 계획을 검토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성인 제주도민 201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응답률 35.5%·95% 신뢰수준·표본오차 ±2.2%포인트) 결과를 보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응답자의 47%는 '반대', 44.1%는 '찬성'이라고 답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성인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31.5%·95% 신뢰수준·표본오차 ±2.19%포인트)에서도 응답자의 51.1%가 '반대', 43.8%가 '찬성'이라고 답했다. 격차는 7.3%p포인트다.
반면 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별도 여론조사 결과는 이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성인 성산읍 주민 504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응답률 43.6%·95% 신뢰수준·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4.9%가 '찬성', 31.4%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격차는 33.5%포인트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성인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46.5%·95% 신뢰수준·표본오차 ±4.38%포인트) 결과 역시 응답자의 65.6%가 '찬성', 33.0%가 '반대' 의견을 냈다. 격차는 32.6%포인트다.
이번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무선 80%·유선 20%)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인구비(성·연령·지역)에 따른 사후 가중치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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