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1년 매출 7억원'..고창 '바지락 총각' 한승우 대표

박제철 기자 2021. 2.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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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생산조건 갖춘 고창서 바지락 가공·유통 뛰어 들어
한 대표 "마을 어르신과 함께 일군 바지락 사업체 자부"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귀어 7년만에 연 매출 7억원을 올리고 있는 '고창에서 바지락 캐는 총각' 한승우 대표 © 뉴스1

(고창=뉴스1) 박제철 기자 = 꼭 중장년층이 지역에 내려와 농사를 지어야만 귀농·귀촌일까. 도시에 살던 젊은 청년이 지역농촌의 ‘블루오션’을 발굴하고, 단일품목으로 연소득 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귀농귀촌 신세대가 있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며 국내 귀농·귀촌·귀어의 고정관념을 바꾼 '고창에서 바지락 캐는 총각' 한승우 대표(40)를 만났다.

◇어르신들과 함께 바지락 캐는 청년 '바지락 총각'

2~4월이 제철인 ‘바지락’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쉽고 편하고 저렴하게 애용하는 조개일 것이다. 가장 많이 나서 자주 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단맛과 담백함, 국물을 냈을 때 우러나는 감칠맛 등으로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창군은 전국 바지락 생산량의 49%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대표 바지락 원산지다.

대한민국 대표 명품 갯벌인 전북 고창군 심원면 하전갯벌은 바지락 서식환경에 매우 적합하며, 조개의 육질이 매우 뛰어나고, 맛도 좋다.

이처럼 천혜의 조건을 갖춘 ‘바지락의 본고장’ 고창군에서 바지락으로 대박을 낸 청년 사업가 '바지락 총각' 한승우 대표가 귀어를 통해 청년사업가의 꿈을 차츰차츰 이뤄가고 있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며 국내 귀농·귀촌·귀어의 고정관념을 바꾼 '고창에서 바지락 캐는 총각' 한승우 대표 © 뉴스1

◇“힘들고 고된 작업…고령의 어민들에게 도움주고 싶어 시작”

한승우 대표는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20대 때는 임실에 있는 발효식품유통회사에 취업해 서류업무를 보면서 바지락이나 젓갈 등을 납품하는 고창의 어르신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한 대표는 “한창 꿈에 부풀어 있었던 20대 때 삶의 척박함을 깨달았다”며 “바지락생물유통회사에 취업해 서류업무를 했었는데 너무 힘들고 고되게 작업하시는 어민들을 보면서 좀 더 편하고,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사업 시작의 배경을 소개했다.

이전 업체와 이견으로 지역을 떠날까 고민했을 때 잡아 준 것도 현재 이은화(43) 부대표와 고창 심원 마을사람들이었다. 바지락살은 아직 자동화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칼을 이용해 분리해야 하는 고된 노동의 산물이다. 하루 10시간 넘게 바지락을 손질하지만, 턱없이 낮은 제품가격과 3일을 넘기지 못하는 유통기한의 한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 대표는 “삶고, 찌고, 말리고 정말 바지락으로 별 짓 다해 봤다”며 “어려운 가정형편에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했던 창업초기에는 아무도 거들 떠 보지도 않았고 외로웠던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지락을 실온에서 1년이상 보관 방법' 개발 한 대표의 목표는 분명했다. 첫째 바지락 손질 작업 환경 개선, 둘째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로 지역사회 기여, 셋째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신선함을 유지하는 바지락살 제품 개발이었다.

'바지락 총각' 제품은 껍질 처리가 번거롭고 유통기한도 짧은 바지락의 단점을 동결건조로 해결했다.

한 대표는 바지락살을 영하 45도 환경에서 얼린 뒤 진공상태에서 압력을 가해 닷새 동안 건조시켰다.

이를 통해 건조된 바지락은 맛과 영양분이 유지되며, 1년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해졌다.

특히 감칠맛도 생물 그대로라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 대표는 “단백질 변화를 최소화 한 것이 핵심이었다”며 “바지락이 가진 감칠맛은 육수 요리에 적합하고, 영양 성분도 최대한 살렸다”고 자랑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내 최대 바지락 유통지인 고창에서 건강한 미래 식품을 만든다는 데 강점과 의미가 크다”며 “100% 국내산 건조 바지락 살로만 이뤄진 ‘동결건조 바지락 살’은 필요할 때 언제나 간편하게 사용해 원하는 조리가 가능하다. 해감이나 바지락 껍질 버릴 걱정 없이 맛 좋은 고창 바지락을 즐기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동결 건조 바지락은 생물에 비해 60% 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연간 7억원의 소득을 안겨주는 효자 제품이 됐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며 국내 귀농·귀촌·귀어의 고정관념을 바꾼 '고창에서 바지락 캐는 총각' 한승우 대표(40)와 이은화 부대표(왼쪽). © 뉴스1

◇“고창을 바지락 성지로 만들 것”

한 대표는 귀어 성공의 비결을 ‘수년간 뻘밭’에서 바지락을 잡아 온 지역 어민들의 노하우와 지역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돌렸다.

한 대표는 “고창의 어촌은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푸근한 정이 있다”며 “마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대하고 마을에 더 다가가면서 공동체가 지니는 즐거운 삶, 가치 있는 삶을 느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대표는 “국내에선 칼국수와 된장국으로 즐기고, 일본에선 바지락술찜 같은 음식도 있고, 이탈리아에도 봉골레 파스타가 있으니 동서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는 작은 조개가 있을까 싶다”며 “향후에는 바지락 수요처별로 간편하고, 맞춤형 포장으로 판로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창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도전하고 있다”며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고창에서 지역어민들과 함께 바지락의 성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꿈꾸고 있는 청년 사업가를 대상으로 '청년벤처스' 활동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 줄 계획이다.

특히 자신이 사업 초기 겪었던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후배 청년 사업가들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창업에 관한 모든 것들을 공유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가치"라며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사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jc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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