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셨지만 운전은 안했어요" 보험처리 될까

전혜영 기자 2021. 2. 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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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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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광태씨(가명)는 최근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 힘들어 하다 주말에 혼자 집에서 낮술을 마셨다. 그때 마침 같이 사는 김씨의 친형이 김씨의 차량에서 물건을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술을 마시던 중 주차장에 내려가 물건을 꺼내기 위해 차문을 열었는데, 경사로에 주차돼 있던 차가 앞으로 밀리며 정차돼 있던 차량과 부딪치고 말았다. 김씨는 전날 좁은 골목길에 이중 주차를 하느라 기어를 중립(N)에 놓고 내렸는데, 거기에 약간 경사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것이다.

다행히 피해 차량이 크게 망가지진 않아서 보험처리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찰나, 얘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피해 차량 운전자가 김씨에게 술 냄새가 난다고 음주운전을 했다며 경찰 신고한 것이다. 만약 음주운전 사고로 처리되면 차주 본인이라도 자차 담보는 보상이 안되고, 대물배상 담보는 사고부담금을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물어줘야 한다. 김씨는 술은 마셨지만 운전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단지 물건을 꺼내려다 차가 움직였기 때문에 이 상황이 너무 억울했다. 과연 김씨는 음주운전에 해당돼 보험 처리를 할 수 없을까.

김씨의 보험 처리 여부를 살펴보려면 운전의 정의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2조에 의하면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마(車馬)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단순히 차를 인력으로 밀어서 움직이게 하거나 문을 열고 닫는 행위 등은 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 김씨도 운전을 하려는 의사가 없었고 운전을 하기 위해 시동을 켜는 등 발진조작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이라는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판례에 따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운전이라는 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운전을 하려는 의사’라는 주관적 요건과 ‘발진할 태세를 갖추고 시동을 거는 행위(발진조작의 완료 상태)’라는 객관적 요건의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운전의 주관적 요건에 의하면 운전이란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고의의 운전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간 법원에서는 행위자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이는 경우 즉, 실수로 기어 등 발진장치를 건드려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불안전한 주차상태 등으로 인해 자동차가 움직이는 경우 등은 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운전자가 술에 취해 자동차에서 잠이 든 사이 주차한 자동차가 경사진 도로를 저절로 미끄러져 다른 차를 추돌한 경우나 주차 후 시동을 끄고 하차하기 위해 차 문을 열다 지나가는 자동차를 충격한 경우 등도 모두 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났다.

이와는 반대로 사고로 중앙분리대에 걸쳐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자동차의 가속페달을 밟은 경우,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객관적 요건과 자동차를 발진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주관적 요건이 성립된다. 설령 자동차가 장애물에 걸려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공회전을 했더라도 발진조작이 완료됐기 때문에 운전에 해당된 판결도 있었다.

또 주차된 차량을 이동주차 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었지만 기어 1단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차량이 앞으로 전진해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박은 경우도 있다. 이때 이동주차를 목적으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기 위해 시동장치에 열쇠를 꽂아 돌렸고, 그에 따라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차량이 앞으로 발진했기 때문에 운전에 해당된 경우도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음주상태로 고장난 차량의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차량이 움직이지 않아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실제 차가 움직였을 때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현실화하는 점 등에 비춰 가속페달을 밝은 것만으로 범죄행위가 행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음주운전의 유·무죄를 따지면서 운전의 객관적 요건을 단순 발진조작에서 이후 차량이 실제 이동했는지 여부까지 확대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돌이킬수 없는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술을 마셨다면 운전을 하려는 생각도(주관적 요건), 운전을 하려고 시동을 걸지도(객관적 요건) 않아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음주운전 사고부담금이 '대인배상Ⅰ 사고부담금'은 300만원에 1000만원으로, 대물배상 사고부담금이 기존 최대 5100만원에 5500만원으로 총 1100만원 상향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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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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