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백서] 부동산시장 얼린 '현금청산' 뭐길래?

박승희 기자 2021. 2.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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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대책後 집사면 입주권 없이 돈으로 정산..'투기수요 차단'
후보지 미정이라 예측도 못하는데 거래부터 막아..위헌 논란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임장이 뭐예요?" "그거요~현장답사예요", "초품아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1.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의 2·4 대책 이후 '현금청산' 공포로 부동산 시장이 시끄럽습니다. 오늘은 현금청산이 대체 무엇이고, 왜 요즘 이렇게 논란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정부는 83만 가구 공급대책 발표일인 2월4일 이후 사업구역에 집을 살 경우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고 돈으로 정산(현금청산)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대책을 호재로 삼아 투기꾼들이 몰려들 것을 막기 위해선데요.

모르고 사도, 실거주 목적이라도, 추후에 공공 주도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현금청산 대상입니다. 시장의 시름이 깊습니다. 자칫하면 산 가격보다 적은 가격을 받고 쫓겨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죠.

정부는 서울 시내 우선 개발 후보지 222곳을 선정했지만, 구체적인 입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정비구역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현금청산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란 반발이 거셉니다.

◇현금청산? 입주권 포기하고 받거나, 입주권 못 받아 받거나

현금청산, 새로운 제도는 아닙니다. 이전부터 도시정비사업에서 시행되던 보상 방법 중 하나인데요. 입주권·분양권을 포기하는 대신 주택·토지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받고 소유권을 넘기는 것을 뜻합니다.

분양대상 자격이 없거나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분양신청을 했다가 철회한 경우 등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는데요. 현금 청산을 할 땐 시세가 아닌 감정평가액을 토대로 사업주체와 소유자가 보상액을 협의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잘 되면 좋겠지만, 공사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거나 중간에 사업이 어그러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거나 분담금이 부담스러웠던 조합원들이 종종 현금청산 방식을 택했습니다.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현금청산을 신청하는 것 외에도, 조합원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아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매수자는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조합원 지위가 있더라도 2년 이상 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현금청산 대상이 됩니다.

한 사업구역 내에 주택 여러채를 가진 경우에도 원칙상 입주권은 1개만 나오고 나머지는 현금청산입니다. 다른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분양 신청을 하고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도 우선공급권이 나오지 않습니다.

◇"기존과 달리 예측 불가능해 문제"

이전부터 있던 현금청산 방식, 왜 2·4 대책 직후부터 논란이 들끓기 시작한 걸까요?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예측 불가능'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기존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 지역이 정해지고 일정 단계까지는 거래가 허용됐습니다. 그 덕에 집을 사기 전 내가 현금청산 대상인지 아닌지를 살펴본 뒤 시장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아직 후보지가 발표되지 않은 오늘, 실거주 목적으로 A지역에 집을 샀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A지역이 사업구역에 포함된다면? 규정에 따라 현금청산을 받고 나가야 합니다. 심지어 통상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으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이렇다보니 투기수요를 거른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까지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두려워하며 집 사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각자 사정으로 당장 집을 팔아야 하는 소유자들은 살 사람이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후보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미리 거래를 막아버린 셈이라, 거주이전의 자유·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보완책 요구도 거셉니다.

그러나 정부는 현금청산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사업의 공익성을 고려하면 개인의 재산권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단 논리입니다. 또한 보상 금액에 불만이 있더라도 '감정평가 후 실시하는 보상은 정당한 보상'이라고 법원이 판단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민주당과 정부는 2·4 대책 후속법안을 이르면 내달 안으로 마무리짓기로 했는데요. 시장의 목소리가 얼만큼 반영이 될지 주목됩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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