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美텍사스 1200만명 식수난… 주민들은 눈 녹여 설거지
중남부 8개州서 최소 38명 사망
미국 텍사스주 일대에서 이례적인 한파와 정전으로 주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식수·식량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텍사스 주(州)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전력은 대부분 복구됐으나 아직 전력량이 부족해 순환 단전을 실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집에서 촛불이나 조리용 스토브를 켜놓는가 하면, 가구나 장난감까지 땔감으로 써가며 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식수 부족이다. 수도관 동파와 정수장 가동 중단, 수압 저하 등으로 주민 1200만명에 대한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주민들은 설거지와 화장실 용변기 등의 용도로 눈을 녹여서 사용하고 있다. 당국은 주민 700만명에 대해 식수 오염에 대비해 물을 끓여 마시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또 일부 주민들이 식량 사재기에 나선 데다, 정전으로 식료품점 냉동고가 고장 나고 교통 악화로 식자재 유통망도 끊어지면서 음식을 구하기 힘들게 됐다. 현지 매체들은 텍사스 주민들이 식재료가 있어도 조리할 방법이 없어 과자와 육포 등으로 허기를 때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이래 중남부 8주에서 저체온증, 도로 결빙에 따른 차량 충돌, 부적절한 난방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과 화재 등으로 최소 38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텍사스에서만 24명이 숨졌다고 CNN은 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8일 주정부의 한파 대비 책임 등을 두고 의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텍사스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이 따뜻한 외국 휴양지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18일 공화당 중진인 테드 크루즈(50) 상원의원이 지난 17일 가족과 함께 멕시코 칸쿤행 비행기에 탑승한 모습이 CNN 등에 보도됐다.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칸쿤은 미 부유층이 겨울에 많이 찾는 유명 휴양지다. 크루즈 의원의 가족은 1박에 400달러가 넘는 칸쿤 리츠칼턴 호텔을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크루즈 의원 측은 출국 당시 각종 사고 처리로 바쁜 휴스턴 경찰에 공항 영접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원의원의 호화판 휴가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논란이 커지자 크루즈 의원은 “(10·12세)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고 오래전 약속한 겨울 휴가를 간 것”이라며 “애들만 데려다주고 다음 날 돌아오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루즈의 아내가 지인들에게 “집이 너무 추워 칸쿤에 주말까지 피신하려는데 같이 갈 사람?”이란 문자를 보냈으며, 크루즈 의원은 당초 20일 귀국편을 예약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크루즈 의원은 18일 반팔 차림으로 칸쿤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면서 “이런 때 가족 휴가를 간 건 명백한 실수였다”고 했다.
민주당은 “주민들은 죽어가는데 크루즈는 칸쿤에 있었다” “당신 아이들만 중요하냐”며 크루즈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크루즈 의원은 2016년 대선 경선에 출마했으며 2024년 대선 주자로 꼽히는 공화당 거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운동에 앞장섰으며,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 투표 때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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