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그들은 그래도 장관이 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스포츠 선수였다면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중학교 시절 같은 팀 선수를 괴롭히고 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고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남자 프로배구 선수 송명근·심경섭도 학창 시절 폭행이 알려지면서 올 시즌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 국가대표, 주전 선수, 광고·예능계의 블루칩 같은 수식어로 불렸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었다. “그래도 능력 있는 선수인데”란 말은 통하지 않았다. 젊은 대중, MZ세대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능력만큼 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과(過)를 공(功)으로 덮을 순 없다고 믿는다.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 박 장관은 한 고등학교 강연에서 “고등학교 때 음성 서클을 만들어 나를 때린 애들에게 복수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 스스로 폭력 서클을 조직한 학폭 가해자였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요즘 상황에서 스포츠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겠지만 그는 법무부 장관 임명장을 받았다. 자신을 찾아온 고시생 멱살을 잡고 욕설한 혐의로 고발당하고, 국회에서 야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당은 “큰 흠결이 없다”고 했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이 방송인이었다면 그는 이미 퇴출당했을 것이다. 가수 홍진영은 석사 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차했다. 한국사 강사인 설민석씨도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자취를 감췄다. 반면 황 장관은 지도교수에게 국회 연구 용역을 수주한 뒤 해당 보고서를 그대로 베끼고 번역해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문체부 장관이 됐다. 세 가족의 한 달 생활비를 60만원이라고 신고하고, 국회 본회의에 불출석하고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대통령은 이번에도 야당 동의 없이 장관에 임명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어떨까. 그가 기업인이었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서울메트로 하청 업체 직원 김모(19)군이 홀로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다 달려오는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진 것을 두고 “걔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유가족은 분노했고 시민단체는 사퇴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그를 국토부 장관에 앉혔다. 몇몇 기업 대표가 막말 논란으로 불매 운동에 시달리다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것과 상반된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청와대의 잣대가 체육계 선수나 연예인, 일반 기업인을 향한 것보다 허술한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이런 기현상(奇現象)을 29번째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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