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6] 진정 현명한 사람은 색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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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A는 24시간마다 다른 몸으로 깨어난다. 그러고 24시간 동안 그 몸 주인으로 일상을 보낸 뒤 다시 또 다른 몸으로 깨어나는데, 인종, 성별, 외모, 배경은 무작위며 나이만 늘 십대 후반이다.
이 A라는 신비한 존재는 영화 ‘에브리 데이(Every Day·2018)’의 주인공이다.
오랜 세월 그런 일상을 지내온 A는 어느 날 리애넌이라는 아이의 남자 친구 몸으로 깨어난다. 리애넌은 평소의 남자 친구와 달리 다정하고 유쾌하고 세상에 편견 없는 A의 모습에, 정체를 듣고도 사랑에 빠진다.
A는 하루하루 다른 몸으로 리애넌을 찾아온다. 리애넌은 A가 어떤 인종으로 오든, 어떤 외모로 오든, 어떤 성별로 오든 그를 늘 A로 대하고 사랑해준다. 심지어 하루는 A가 자신의 몸으로 깨어나 일상을 대신 보냈는데도 그마저 즐겁게 받아들인다. 사랑이라는 기준 아래서는 그 어떤 다름도 무의미한 것.
리애넌과 A는 자신의 모든 배경을 배제하고 존재 자체로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 서로를 만난 후에야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아픔을 나눈다.
결국 언젠가 리애넌을 위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아는 A는 알렉산더라는 착하고 매력 있는 남자아이 몸으로 깨어나자 그를 리애넌과 맺어주려 한다. 알렉산더의 방 책상 앞엔 다른 명언들과 함께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진정 현명한 사람은 색맹이다(The truly wise person is colorblind).’ 현명한 사람은 그저 눈에 보이는 색이 아니라 내면의 모습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법이다.
흑인 성 소수자의 사랑을 그린 2017년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에도 이와 맥락이 비슷한 대사가 있다. ‘달빛 아래선 흑인 아이들도 푸른 빛이 된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세상 모두를 아름다운 푸른빛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편견 없는 사랑도, 더 넓은 존중과 이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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