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하루의 시작
[경향신문]
2012년, 경남도립미술관은 생태계의 문제를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로 ‘폐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지구의 생태가 안녕하지 않고서야 인간의 평안한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목소리를 시큰둥하게 외면하던 시절, 환경보호보다 우선순위에 올라선 것들이 차고 넘치던 시절, 기획자는 ‘폐허’를 키워드로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려던 이들이 강박적으로 추진해온 근대화의 시간이 조각낸 생태계의 고리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쩌면 반성을, 더 나아가 행동의 변화를 희망했을 그 전시에 참여한 구헌주는 생태와 환경 문제가 중요한데도 이를 먼 세상 이야기로만 여기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스프레이를 들고 거리의 골목 담벼락, 건물벽, 셔터문에 그림을 그려 일상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해오던 그는, 생태계가 겪는 문제가 곧 인간 삶의 문제에 직결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작업을 구상했다.
요란하게 울리는 자명종의 알람은 그의 아침을 알린다. 포근한 이불의 유혹을 겨우 떨친 그는 세수를 하고, 넥타이를 맨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사는 그는 방독면을 단단히 쓰고 나서야 비로소 문을 나설 수 있다. 외출 전에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우리는 구헌주가 9년 전 그린 그림에서 지금의 현실을 보며 예술가의 예언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가 그린 미래는 지금보다 더 섬뜩하다. 그의 그림은 바이러스로부터 위협당하는 시대가 아니라 공기를 흡입하는 일 자체가 위기인 시대, 공기가 ‘독’인 시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마스크의 시대를 지나 방독면의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생태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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