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

박창억 2021. 2. 2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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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9룡(龍)'이 등장해 각축전을 벌였던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7월에 접어들자 박찬종 후보가 선두를 질주하던 이회창 후보 진영의 금품살포 의혹을 제기하며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했다.

후보 간, 계파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불거진 경선 연기론은 어김없이 파열음을 냈고 대개는 불발에 그쳤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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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9룡(龍)’이 등장해 각축전을 벌였던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7월에 접어들자 박찬종 후보가 선두를 질주하던 이회창 후보 진영의 금품살포 의혹을 제기하며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했다. 이수성, 이한동 후보 등이 이에 가세하며 경선은 파국 위기를 맞았다. 혼란 수습을 위해 결국 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까지 나서야 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일찌감치 앞서가자 정몽준 후보 등 비박계 주자들이 전대를 120일 전으로 늦춰보려고 애를 썼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기’는 아주 민감한 문제다. 앞서가는 후보는 가급적 빨리 전대를 치러 승부를 끝내려 하고, 뒤처진 후보는 시간을 벌기 위해 가능하면 늦추려고 한다. 다른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경선 일정이 조정되기도 한다. 2012년 새누리당 박 후보에 맞서야 했던 민주통합당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입당 종용을 위해 후보 확정을 80일 전으로 늦췄다. 이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다. 후보 간, 계파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불거진 경선 연기론은 어김없이 파열음을 냈고 대개는 불발에 그쳤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불거졌다. 당헌 88조에 따라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규정을 대선 120일 전으로 늦추자는 주장이다. 지지율 선두이지만 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과 껄끄러운 관계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이 지사 측은 “내전 선포”라며 격앙돼 있다.

경선 연기론은 당을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뜨릴 수 있는 꼼수다. 당 지도부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경선 연기론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 같지는 않다. 5월 전당대회를 통해 들어설 새 친문 지도부가 이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가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이 지사를 제외한 이 대표, 정세균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경선 연기론은 일단 잠복하는 분위기지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또다시 불거질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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