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이게 다 코로나 때문

남상훈 2021. 2. 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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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유치원 친구의 부모가 인사동에서 곰탕집을 운영한다는 말을 들었다.

가까운 동네 식당 나들이도 삼가는 마당에 멀리까지 외식 나갈 수는 없어 그러려니 했다.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힘든데, 더구나 아이 친구네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가서 얼굴이라도 보여주고 소소한 응원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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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유치원 친구의 부모가 인사동에서 곰탕집을 운영한다는 말을 들었다. 가까운 동네 식당 나들이도 삼가는 마당에 멀리까지 외식 나갈 수는 없어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엊그제 마침 가족 모두 인사동에 갈 일이 생겼다. 그래서 겸사겸사 그 곰탕집에 들르기로 했다.

인사동에 도착한 후 나는 소스라쳤다. 평일 저녁 일곱 시, 원래는 이제 막 퇴근한 직장인들이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식당 앞에 줄을 서고 상점들은 한국 전통 기념품을 사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할 그 거리가 거짓말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발발 후 인사동을 비롯하여 홍대나 명동이나 강남역 등 번화가를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뉴스에서 익히 보았던 그 생기 없는 풍경을 눈으로 직접 보니 과연 참담했다. 폐업으로 비어 있는 점포들, 상인도 떠나고 행인도 사라진 거리, 음악도 멈추고 조명마저 꺼진 그곳은 어둡고 스산하기가 마치 종전 직후의 도시 같았다. 식당을 찾아 걸어가는 우리 세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잘 왔다고 생각했다.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힘든데, 더구나 아이 친구네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가서 얼굴이라도 보여주고 소소한 응원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삭막한 거리와 대조적으로 곰탕집 안은 환하고 따뜻했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느라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은 손님들도 김이 오르는 뚝배기를 앞에 두고 다들 밝은 표정이었다. 아이 친구의 부모는 우리를 극진히 환대했다. 주문한 곰탕 외에 음료수며 수육까지 내왔다. 서비스가 너무 과해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나온 음식을 물릴 수도 없으니 그저 열심히 먹었다. 사실 맛있어서 저절로 열심히 먹게 되었다. 아이도 음식이 입에 맞는지 평소보다 잘 먹어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식당을 나서는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그 식당이 우리의 방문으로 금전적 이윤을 얻기는커녕 손해를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들 아이의 친구네가 이 시국에 일부러 멀리서 찾아왔다니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결국 응원한답시고 가서 폐만 끼친 셈이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자주 방문하리라 생각하니 이 시국에 바람직한 계획도 아니었다. 아, 맛있는 밥 잘 먹고 나서 왜 이리 마음이 무거워야 하는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코로나만 아니면 이렇게 마음 불편할 일도 생기지 않을 텐데, 하고 새삼스럽게 코로나 세상을 개탄했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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