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대수명' 2차 대전 후 최대폭 하락

김기현 2021. 2. 1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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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생명이 탄생했습니다.

신생아가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를 나타내는 평균 생존 연수를 기대 수명이라고 부르는데요,

특정 국가의 경제, 사회, 보건 수준을 파악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고 영양 섭취가 풍부해지면서 기대수명은 전쟁이나 기아 등 급격한 환경의 변화 없이는 증가하는 게 보편적인 추세인데요,

코로나19의 대유행병이 몰아친 지난해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인종 간 편차가 두드러진 것도 주목할 부분인데요,

자세한 내용을 김기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77.8세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직전 2019년보다 1년이 줄었는 데, 이 수치는 14년 전이었던 2006년 수준으로 후퇴한 겁니다.

[로버트 앤더슨/미 CDC 사망 통계 담당자 : "우리가 볼 수 없었던 큰 폭 하락입니다. 1940년 대 2차대전 당시에나 비슷한 경우를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인들의 기대 수명은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유행과 2차대전 당시 크게 출렁였던 이후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기대수명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을 꼽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인 기대수명이 추가로 감소할 거란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12만 명 선이었던 미국 코로나19 사망자가 연말에는 세 배 가까이(344,854명) 늘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틴 비빈스-도밍고/미 캘리포니아대 교수 : "세계적 대유행의 전체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통계입니다. 시간을 두고 연구가 계속되면 기대수명은 더 낮아질 겁니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기대수명 감소 폭이 백인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저소득 층이 많은 데, 열악한 보건 환경은 물론 노동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결괍니다.

[오티스 브랠리/미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 "다른 모든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인종 불평등'이야 말로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나타난 진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업률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 지표들 역시 인종 간 불평등이라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대수명 감소와 빈부 격차 확대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에서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지혜

김기현 기자 (kim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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