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아 인스타 아니에요? "땡! 백화점이 만든 '부캐'입니다"

이소라 2021. 2. 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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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같은 운동화를 고른 건 우연이 아니라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요.'

최근 '도진아'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기 쓰듯 남긴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NC신구로점의 가상인물 도진아(도심형 진짜 아울렛의 줄임말)가 재택근무를 하고, 설을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면서 소비자와 친구처럼 관계를 쌓아간다.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대한제분 곰표 등 이미 치열해진 '캐릭터 대전'에서 도진아의 차별화 전략은 스토리텔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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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스토리 얹는 '세계관 마케팅' 
소비자와 관계 쌓으며 친밀감 형성
빙그레우스 성공으로 부캐 개발 가속화
NC신구로점의 가상인물 '도진아'를 내세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NC신구로점 SNS 화면 캡처

'서로 같은 운동화를 고른 건 우연이 아니라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요.'

최근 '도진아'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기 쓰듯 남긴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새 운동화를 신은 두 남녀가 쪼그리고 앉아있는 사진과 함께 '#썸은아니고 남매' '#역시내동생'이라는 재치있는 해시태그(#) 문구도 달렸다.

개인 SNS를 연상케 하는 이 게시물은 사실 홍보물이다.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NC신구로점의 가상인물 도진아(도심형 진짜 아울렛의 줄임말)가 재택근무를 하고, 설을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면서 소비자와 친구처럼 관계를 쌓아간다. 또 다른 나를 보여주는 '부캐'(부 캐릭터) 열풍이 유통업계의 마케팅 영역에도 스며든 모습이다.


캐릭터에 스토리 입혀…'세계관 마케팅'이 대세

신세계면세점이 최근 SNS를 통해 선보인 캐릭터 '심삿갖'. 소비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들을 겨냥한 'B급 감성' 마케팅이다. 신세계면세점 제공

유통업계가 가상인물로 부캐를 만드는 이유는 단연 소비의 주력계층으로 부상한 MZ(1980~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대한제분 곰표 등 이미 치열해진 '캐릭터 대전'에서 도진아의 차별화 전략은 스토리텔링이다. 캐릭터를 새긴 기획상품(굿즈)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고 캐릭터에 스토리를 얹어 생명력을 불어넣고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소비자와 관계를 쌓는 '세계관 마케팅'이 주효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연애도 하는 20대 직장인인 도진아로 친근감을 쌓으면서 NC신구로점은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온·오프라인 누적 고객 수 350만명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9일부터 조선시대 캐릭터 '심삿갖'에게 SNS 운영을 맡기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심삿갖은 조선 시대에 명례방(명동)에서 상단을 운영하다가 우연히 타임슬립한 거상으로 현대의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신문물(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소개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매출 상승의 효과보다는 고객과 끊어졌던 관계를 회복하고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가장 먼저 생각날 수 있는 면세점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캐의 시대' 연 빙그레우스

빙그레가 지난해부터 선보인 캐릭터 '빙그레우스'. 순정만화에서만 나올 법한 파격적인 이미지로 시선을 끌었다. 빙그레 제공

세계관 마케팅은 지난해 2월 빙그레가 만든 만화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빙그레우스)가 성공 사례로 떠오르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빙그레우스는 SNS를 통해 선보이다가 9만 7000여명이던 팔로어 수가 15만명으로 늘어나며 호응을 얻자 성우를 기용한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 광고로도 제작됐다. 빙그레우스는 지난해 11월 굿즈로 출시되며 부가 수익도 내고 있다.

빙그레가 50년 장수기업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던 건 디지털 문법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에 마케팅의 전권을 쥐어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는 윗선에서 기획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자율성을 부여했고, 제약없는 환경에서 'B급 감성'의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며 "다른 기업에서도 MZ세대 직원들의 역할을 키워 '젊은 혁신'을 이루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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