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없이 '난제'만..출구 못 찾는 한·일 [뉴스분석]
일본 냉담, 외교 당국 간 접촉 없어
ICJ 제소·위안부 비하 논문 '돌출'
미 중재 기대하지만 효과 미지수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양국 관계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달라진 태도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태도 변화를 ‘승기’로 판단하고 있는 일본의 냉담한 반응과 국내외적으로 한·일관계에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문제들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들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국내 일본자산 현금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위안부 문제도 2015년 한·일 합의의 기초 위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장관과 주일 대사 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취임 열흘이 지나도록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강창일 주일 대사 역시 지난달 22일 부임 이후 일본 총리, 외무상과 면담도 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 출범과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시급하게 한·일관계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9일 “북·미 대화가 이어지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을 때 정부는 일본이 우리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되면서 한·일관계의 비중이 커진 것이 지금의 변화를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장 비중 있게 추진하는 북·미 및 남북 대화 복원에도 한·일관계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한·미·일 협력 틀 위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 배상 판결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청원으로 한·일 간 긴장은 더욱 팽팽해졌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비하 논문은 국내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은 격이어서 정부의 한·일관계 회복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의용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한·일 간 문제는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해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중재는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관료 출신의 외교전문가는 “한·일관계에 미국이 적극 개입할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는 위안부 합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동 등을 통해 경험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 검토를 끝내고 움직이기 전에 한·일관계를 추스르지 못하면 한국이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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