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악몽' 떠오른 산불..주민들, 뜬눈으로 밤새워
어젯(18일)밤 강원도 양양군에서 난 산불은 축구장 9개 면적의 산림을 태웠습니다. 2005년에 낙산사마저 집어 삼킨 큰 산불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걱정과 고통 속에 밤을 보냈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어젯밤 강원도 양양군 사천리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강한 바람을 타고 번졌습니다.
축구장 9개에 맞먹는 산림과 주택 등 건물 6동이 탔습니다.
[김사덕/강원 양양군 사천리 : 바람이 부는 순간에 하늘로 쭉 따라 올라가는 게 아주 집채 같은 불이 올라가더라고.]
장비 60여 대와 인력 1천여 명이 6시간 만에 껐습니다.
날이 밝은 뒤 피해 주택을 찾았습니다.
나무계단이 숯덩이가 됐습니다.
휠체어가 오르내리던 경사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바로 옆 산으로 불길이 지나갔을 뿐인데,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유리창이 깨졌고, 샌드위치패널 지붕은 힘없이 녹아내렸습니다.
다 타 버린 창고 안에서는 아직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송기영/강원 양양군 조산리 : 방법이 없잖아요. 저 건너 둑길에 가서 차를 대놓고 계속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만 봤죠.)]
산에서 또 다시 많은 양의 연기가 보입니다.
가 보니 시뻘건 불길이 타오릅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세게 부는 바람에 불씨가 자꾸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주택에 불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김태윤/강원 양양군 사천리 : 계속 보고 있어야죠. 꺼질 때까지 완전히.]
이 마을은 지난 2005년 낙산사를 집어삼킨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때 기억에 주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었습니다.
[양순봉/강원 양양군 사천리 : 여기서 저기를 못 나가겠더라고요. 하도 떨려서. 옛날 생각만 자꾸 나서.]
이번 산불은 창고 화재가 번진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박윤신/강원 양양군 사천리 이장 : 창고 옆에 있는 데서 발화돼서 나중에 창고로 불이 옮겨붙은 겁니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양양에는 내일까지 강한 바람이 예보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오늘도 불면의 밤을 보내게 생겼습니다.
(화면제공 : 산림청·양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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