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민정수석, 선거앞 불거진 논란..타격은 어디로
국정원과 민정수석, 국가적 기밀사항을 다루는 대표적 기관과 자리가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소리 없는 헌신'을 내세우는 국정원은 말할 것도 없고 국회 출석의무조차 관행적으로 양해해 줄 만큼 민정수석 역시 보이지 않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그런 국정원과 민정수석이 연이어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으니 선거에 미칠 영향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설 만하다.
특히 10년 전 보수정권 당시 정치인 사찰 의혹을 받는 국정원 문제는 '정치공세' 논란이 뜨겁다. 거세게 몰아붙이는 여권을 향해 야당은 이명박 정권이 아닌 역대 다른 정권들의 사례로 맞선다.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실상 항명성 사의 표명은 정권 레임덕(집권 후반기 권력공백현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일단 대응을 자제하면서 상황관리에 나선 반면 야당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과거 일을 들추어 선거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비판에도 "시민단체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서 시작돼 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하고 있는데 야당은 선거 위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한다"며 "참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마치 달도 해도 선거에 맞춰서 뜨고진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은 진실한 사과 없이 이번 사안을 정쟁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선거도 여야의 문제도 아닌 독재의 경계에서 민주주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야권에서 민주당 정부 시절에도 불법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불법사찰의 근거가 있다면 공개하기를 바란다"며 "근거없는 허위 주장이라면 그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의 불법사찰 문제를 모두 조사하자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보수정권 시절 문제에서 불거진 데다 이명박 정권 실세였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연루돼 같이 언급되는 상황이어서 정면 대응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 후보는 "미림팀은 노태우 정부와 YS 정부때 활동하던 국정원의 비밀조직이었는데 그 규모가 3-5명 정도였다"며 "주로 망원을 포섭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식사자리에 미리 도청기를 설치해놓고 대화내용을 듣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어 "R2(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나 CAS(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는 DJ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수십 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개발한 감청장비"라며 "수십 명의 8국(과학보안국) 직원들이 3교대로 24시간 내내 사회지도층 인사 1800여명의 휴대전화 등을 불법 감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J 정권 핵심이었던 박지원 현 국정원장을 향해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에서 불법감청을 가장 심하게 했다고 진실을 밝혀라"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민정수석마저 염려하는 이 사안이 어찌해 청와대 회의에서 논의된 것인가"라며 "선거를 앞두고 기획한 저열한 정치 공세가 아니라면 소상히 밝히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 수석 사퇴를 둘러싸고는 여권은 침묵을 야당은 날을 갈고 있다. 임명된 지 한달여 밖에 안되는 민정수석이 사표를 던진다는 건 정권으로서 치명타다. 2015년 비선실세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논란 와중에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마저 거부하며 항명하다가 청와대를 나갔고 이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휴가를 떠난 신 수석의 최종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날 신년인사회 성격으로 회동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일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낙연 대표는 기자들에게 "(신 수석과 관련한 고위급 간에 논의는) 청와대 가기 전에 얘기했죠"라고 말해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 물밑 노력 상황을 알렸다.
국민의힘은 신 수석 사건으로 또 한번 정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을 부각하며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왜 인사가 그렇게 됐고 신현수 수석이 거듭 사의를 굽히지 않고 휴가간건지 직접 설명하라"고 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의 진심은 이미 들켰다. 비서관(이광철 민정비서관)의 하극상을 용인한 대통령의 인사 안에는 ‘사실상 민정수석’ 조국, ‘사실상 법무장관’ 추미애가 살아있었다"며 "대통령은 편히 신 수석을 경질하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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