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쿨 미투' 용화여고 전직 교사 1심서 법정 구속

[앵커]

3년 전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자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스쿨 미투' 운동 기억하시죠.

이 운동의 출발점이 된 서울 용화여고 성폭력 사건의 가해 교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긴 시간 어려운 싸움을 이어온 피해자는 이번 판결이 언론과 시민단체가 이룬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세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학교 창문을 가득 채운 응원의 글.

학창시절 성폭력을 당했다는 졸업생들의 고발에 후배들이 힘을 실은 '스쿨 미투'의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서울 용화여고 재학생과 졸업생 2백여 명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교사 A 씨는 교육청 특별 감사를 거쳐 파면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자,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탄원서와 진정서를 접수해 재수사를 이끌어 냈습니다.

결국, A 씨는 교실 등에서 제자 5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고, 1심 법원은 오늘 A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A 씨는 피해자들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행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본질적인 부분에서 일관되고 상황 묘사가 구체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가 교육자로서의 지위와 임무를 망각하고 피해자들을 10여 차례나 반복적으로 추행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재판 결과를 반기면서도 징역 5년의 구형량에 비하면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대표 : "형량이 낮아진 점, 그리고 5년이 지나면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 시설 취업 제한이 풀린다는 점은 상당히 미진한…"]

피해자는 이번 결과를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이룬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용화여고 졸업생 피해자 : "나는 우리의 오늘이 학생과 교사가 멀어지는 일 없이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일 없이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믿는다."]

A 씨는 파면됐지만, 당시 성폭력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교사 18명 중 15명은 학교로 돌아가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최창준

김세희 기자 (3he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