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탈북자의 증언

김범수 2021. 2.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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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80년 5월 19일 오후 2시쯤 평양 대양리를 출발한 트럭이 그날 저녁 황해남도 장연군에 도착한다.

□탈북 작가 이주성씨가 남파 북한군인 체험담이라며 2017년 낸 책에서 주장하는 북한군 광주 개입의 전모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거듭 북한군 침투 주장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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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9월 북한 양강도의 압록강변에서 인민군 병사가 총을 맨 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창바이=교도연합뉴스

1980년 5월 19일 오후 2시쯤 평양 대양리를 출발한 트럭이 그날 저녁 황해남도 장연군에 도착한다. 여기서 배 2척에 나눠타고 남으로 향한 이들은 광주를 목적지로 한 북한 특수군 50여명이었다. 김일성의 5·18 총지휘 명령에 따라 남파되는 1010 부대장을 호위하는 이 병력은 사흘 뒤 오전 2시쯤 전남 영광 해안에 도착해 5시간 넘게 걸려 무등산 자락의 증심사에 도착한다. 여기서 스님과 대학생 대표 등에게 김일성의 지령을 전했다.

□탈북 작가 이주성씨가 남파 북한군인 체험담이라며 2017년 낸 책에서 주장하는 북한군 광주 개입의 전모다. 이씨는 책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특수부대 파견을 요청했다는 주장까지 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심까지 유죄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이씨가 "들었다는 이야기를 믿을 만한 특별한 근거"가 없고, 여러 자료로 볼 때 "북한군의 개입 정황은 전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거듭 북한군 침투 주장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탈북자 신동혁씨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를 고발한 '14호 수용소 탈출'은 2013년 출간 이후 국제적인 반향을 얻었다. 책 내용은 북한 인권 침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자는 유엔 결의안 채택의 중요한 근거가 됐고 유엔 인권보고서에도 담겼다. 하지만 얼마 뒤 북한은 거짓 증언이라고 공개 반박했고, 신씨를 안다는 다른 탈북자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자 신씨가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탈북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믿을 만한 소식통, 내부 관계자 이야기라며 주로 북한의 참상, 권력의 만행 등을 말한다. 솔깃할 내용이라 유튜브 콘텐츠로 맞춤이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전하는 이런 일종의 '탈북자 비즈니스'가 몰고 올 파장도 생각해야 한다. 북한 인권을 중시한다는 미국 새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제기할지 관심이다. 북한의 실태는 개선되어야 마땅하지만 이를 과장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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