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5대 경제단체장 모두 기업인

한우람 2021. 2.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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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무역협회장에 구자열 LS그룹 회장 단독추대
재계, 전열 정비해 잇단 기업규제 공동 대응 '시동'

◆ 5대 경제단체장 전원 기업인 ◆

구자열 회장
한국무역협회 차기 회장에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단독 추대됐다. 무협 회장 자리에 기업인이 오른 것은 1999~2006년 무협 회장을 역임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대한상공회의소(차기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손경식 CJ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무협, 중소기업중앙회(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등 이른바 '경제 5단체' 수장을 모두 기업인이 맡게 됐다. 이 역시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권의 규제 입법 강화 분위기 속에서 경제단체 간 '하나의 목소리'를 낼 토양이 조성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구자열 차기 무협 회장이 경제단체 간 서로 다른 목소리를 중간에서 조율할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19일 무협 회장단은 회장단 회의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에서 비공개로 하고 구자열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대했다. 구 회장은 오는 24일 예정된 무협 총회에서 회장으로 최종 선출돼 3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구 회장의 선출로 재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무협 회장 선출로 경제 5단체 수장이 모두 기업인으로 채워지는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며 "그간 경제단체 간 흩어진 목소리를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을 구 회장이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1939년생 손경식 경총 회장, 1948년생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원로와 1960년생 최태원 차기 대한상의 회장 등과 더불어 1953년생 구자열 차기 무협 회장이 가교 역할을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국회의 잇단 기업 규제 입법 강행으로 국내 경제단체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절실하다. 단체별 이해 관계를 뛰어넘어 기업인 권익 보호를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재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 회장은 기업인을 위한 목소리 내기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던 무협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더 나아가 경제단체 간 '조정자' 역할까지 기대되고 있다.

구 회장은 부친 구평회 E1 명예회장과 더불어 대를 이어 무협 회장을 맡는 진기록도 세웠다. 무협에서 부자(父子)가 회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구평회 명예회장은 1994~1999년 5년간 무협 회장을 맡은 바 있다.

代이은 무협회장 구자열…경제단체 통합 '조정자 역할' 주목

구자열 회장은 누구

부친 구평회 E1 명예회장
외환위기 때 무협 이끌며
노동시장·규제 개혁 주장

구자열 회장 최대 과제도
잇단 기업 때리기 해소 초점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도 시급

LG상사서 국제감각 키우고
자전거 즐기는 몸짱 회장님
한국무역협회 차기 회장에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19일 단독 추대됐다. 사진은 2018년 7월 27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전`에 참석한 구 회장. [사진 = 매경DB]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19일 개최된 한국무역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무협 회장으로 단독 추대됐다. 오는 24일 무협 총회를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르는 그는 부친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에 이어 2대째 무협 회장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구평회 회장은 1994~1999년 무협 회장을 역임했다. 구평회 회장 재임 당시 건설된 건물이 아셈타워다. 무협이 있는 기존 55층 높이 한국종합무역센터(무역센터)와 이어진 41층 건물이 아셈타워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찾아온 IMF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불과 3년 만에 극복했다는 점을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아셈 정상회의에서 보여줬다. 당시 구평회 회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아셈타워를 건설해 국격을 드높이라"고 지시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 위치한 한국무역협회 정문. [한주형 기자]
기업인이 국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동시에 기업인 때리기 역시 여전하다. 구평회 회장은 무협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직후 진행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그간 많은 논의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정부의 규제 개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현재의 한국을 만든 데는 정치인보다 경제인 공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도 반기업적 규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인은 눈앞의 일에 실망하지 말고 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여 년 세월이 흐른 지금, 이 같은 고 구평회 회장 바람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예측은 슬프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구자열 차기 무협 회장은 이 같은 부친의 바람을 이어 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구 회장에게 기업 때리기를 해소할 경제단체 간 '대통합'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15년 만에 주요 경제단체 수장을 모두 기업인이 맡아 재계가 한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며 "기업인 중 '삼촌'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구 회장이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195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경영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 등을 졸업하고 1978년 옛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하며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옛 LG투자증권 부사장 등을 거쳐 LS전선,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대표이사를 차례로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는 LS그룹 회장으로 활약해 왔다.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최고 강점으로는 '글로벌 감각'과 '강인한 체력'이 꼽힌다. 구 회장은 명함 뒷부분에 크리스토퍼 구(Christopher Koo)라는 영어 이름을 새겨놨다. 범LG그룹 일가로 LG상사에 입사해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LG상사 뉴욕지사와 일본지역본부 등을 돌며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LG투자증권으로 옮긴 뒤에는 국제 부문 총괄 임원도 맡았다. 아울러 구 회장은 국내 대표 '몸짱' 회장이다. 2002년에는 유럽 알프스 산맥을 산악자전거로 넘는 '트랜스 알프' 행사에서 완주한 전력이 있다. 독일에서 출발해 이탈리아까지 꼬박 8박9일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구 회장을 잘 아는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도 회장님 취미를 보고 건강 관리를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임원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09년부터는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며, 여전히 국내 주요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회장님'을 목격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구 회장이 차기 무협 회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LS그룹 회장 자리는 자연스럽게 사촌동생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으로 이양될 전망이다. 사촌형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그룹 계열 분리 시점인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LS그룹 회장을 맡은 데 이어 구 회장이 2013년부터 올해로 9년째 LS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말께 구자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길 예정이다. 이번 무협 회장 추대로 그룹 회장직 승계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열렸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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