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 학대 고리를 끊어라

최성용 서울여대 명예교수

최성용 서울여대 명예교수

[서울경제]

요즘 자신이 낳은 자식이나 입양한 어린이들의 귀한 목숨을 짓밟는 생명 경시의 실상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직장 맞벌이 부부가 보육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맡긴 어린아이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위해를 가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끔찍한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하늘이 내려 준 귀하디 귀한 생명체를 아무 거리낌 없이 심지어는 웃으면서 때리는 잔인성을 보노라면 인간의 탈을 쓴 인간들의 뇌 구조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자기 의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리디 어린 영혼을 애완견만도 못하게 거칠고 악랄하게 다룰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직장에 가기 위해, 생업을 위해 어린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이들에게 맡겨 놓고 떠났던 부모들의 마음은 갈갈이 찢어진다. 물론 모든 보육사나 어린이집 교사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대다수는 여전히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자행되는 아동 학대는 이들의 노력마저 앗아가 버린다.

맞벌이 부모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고 어린 생명들의 앞날마저 공포와 두려움 속에 살아가게 만들 뿐 아니라 평생 인간 불신의 마음을 기억하게 만든 죄는 아무리 엄한 벌로 다스려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몇 푼 더 벌겠다고 자녀들을 맡긴 채 생존경쟁에 뛰어든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행위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불행의 재발을 막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보육원·어린이집 등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만행을 멈추게 하려면 폐쇄회로(CC)TV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는 눈이 많을수록 인권유린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육사와 어린이집 교사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권 단체나 보육 관련 단체들이 스스로 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린이 보호에 느슨한 우리의 보호막을 이제는 걷어내야 한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생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정부가 보육원과 어린이 보호시설에 맡겨진 어린이들의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아동 학대를 자행하는 이들이 다시는 어린이들과 마주하지 못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같은 강력한 징벌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처벌만이 최선은 아니다. 보육 현장에는 어린이들에게 열정을 쏟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최선을 다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이들을 포상으로 격려해줘야 한다. 관련 정책의 입안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복지국가를 외치는 당국자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시급한 사회문제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능동적·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때 생명 경시의 풍조는 사라지게 되고 진정한 인권이 바로 설 것이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