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이은 무협회장 구자열..경제단체 통합 '조정자 역할' 주목

한우람 2021. 2. 19.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자열 회장은 누구
부친 구평회 E1 명예회장
외환위기 때 무협 이끌며
노동시장·규제 개혁 주장
구자열 회장 최대 과제도
잇단 기업 때리기 해소 초점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도 시급
LG상사서 국제감각 키우고
자전거 즐기는 몸짱 회장님

◆ 5대 경제단체장 전원 기업인 ◆

한국무역협회 차기 회장에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19일 단독 추대됐다. 사진은 2018년 7월 27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전`에 참석한 구 회장. [사진 = 매경DB]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19일 개최된 한국무역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무협 회장으로 단독 추대됐다. 오는 24일 무협 총회를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르는 그는 부친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에 이어 2대째 무협 회장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구평회 회장은 1994~1999년 무협 회장을 역임했다. 구평회 회장 재임 당시 건설된 건물이 아셈타워다. 무협이 있는 기존 55층 높이 한국종합무역센터(무역센터)와 이어진 41층 건물이 아셈타워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찾아온 IMF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불과 3년 만에 극복했다는 점을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아셈 정상회의에서 보여줬다. 당시 구평회 회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아셈타워를 건설해 국격을 드높이라"고 지시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 위치한 한국무역협회 정문. [한주형 기자]
기업인이 국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동시에 기업인 때리기 역시 여전하다. 구평회 회장은 무협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직후 진행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그간 많은 논의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정부의 규제 개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현재의 한국을 만든 데는 정치인보다 경제인 공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도 반기업적 규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인은 눈앞의 일에 실망하지 말고 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여 년 세월이 흐른 지금, 이 같은 고 구평회 회장 바람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예측은 슬프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구자열 차기 무협 회장은 이 같은 부친의 바람을 이어 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구 회장에게 기업 때리기를 해소할 경제단체 간 '대통합'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15년 만에 주요 경제단체 수장을 모두 기업인이 맡아 재계가 한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며 "기업인 중 '삼촌'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구 회장이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195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경영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 등을 졸업하고 1978년 옛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하며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옛 LG투자증권 부사장 등을 거쳐 LS전선,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대표이사를 차례로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는 LS그룹 회장으로 활약해 왔다.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최고 강점으로는 '글로벌 감각'과 '강인한 체력'이 꼽힌다. 구 회장은 명함 뒷부분에 크리스토퍼 구(Christopher Koo)라는 영어 이름을 새겨놨다. 범LG그룹 일가로 LG상사에 입사해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LG상사 뉴욕지사와 일본지역본부 등을 돌며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LG투자증권으로 옮긴 뒤에는 국제 부문 총괄 임원도 맡았다. 아울러 구 회장은 국내 대표 '몸짱' 회장이다. 2002년에는 유럽 알프스 산맥을 산악자전거로 넘는 '트랜스 알프' 행사에서 완주한 전력이 있다. 독일에서 출발해 이탈리아까지 꼬박 8박9일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구 회장을 잘 아는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도 회장님 취미를 보고 건강 관리를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임원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09년부터는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며, 여전히 국내 주요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회장님'을 목격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구 회장이 차기 무협 회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LS그룹 회장 자리는 자연스럽게 사촌동생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으로 이양될 전망이다. 사촌형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그룹 계열 분리 시점인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LS그룹 회장을 맡은 데 이어 구 회장이 2013년부터 올해로 9년째 LS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말께 구자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길 예정이다. 이번 무협 회장 추대로 그룹 회장직 승계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열렸다.

[한우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