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의 철학경영] 지혜란 무엇인가
전 연세대 교수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면
남의 말 안듣고 독선행동 하게돼
리더는 알더라도 모르는 척 해야
사람들의 다양한 조언 들을수 있어
하는 일마다 꼬여 고민인 사람이 도사를 찾아간다. “지혜가 무엇입니까.” 그랬더니 “변화·통제·중요도를 구분할 줄 알아라”는 답이 돌아온다. 무슨 의미일까. 첫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할 줄 알아라.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불꽃의 모양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끝없이 변화한다. 물과 불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한다. 다만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해외여행 가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많은 여행사와 항공사가 어려움에 처한다. 그랬더니 랜선 여행으로 돌파구를 뚫는다. 사람들의 여행 심리는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 성격도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꾸준히 행동을 바꾸면 성격도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는지를 구분하라.
둘째,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구분하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엔지니어 출신 벤처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만 만들면 고객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착각이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려 하지 혁신이 있다고 구매하지 않는다. 낚시꾼 최고 고수는 물고기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문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공급자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전제품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고객을 참여시키는 회사도 나온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고객에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수원에서 제철에 고객이 직접 수확하게 하면 인건비만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게 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과감하게 통제권을 포기하라. 그러면 통제할 수 있다.
셋째,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라. 사람들은 무엇이 급하고 무엇이 급하지 않은지 거의 본능적으로 안다. 고혈압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응급실로 모시고 가는 것을 미루거나 소홀히 할 사람은 없다. 왜. 중요하고 급한 일이니까. 중요하지도 급하지 않은 일은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하지 않으면서 급한 일은 급하다는 이유로 해버린다. 문제는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책 한 쪽을 안 읽는다고 머리가 텅 비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면 1년 내내 책 한 권 제대로 손에 잡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학교 졸업 이후 책을 손에서 놓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유는 다른 일이 바빠서, 유튜브가 더 편해서, 갈수록 눈이 침침해져서 등 다양하다. 다 변명이다. 또 다른 것이 운동이다. 하루 걷는 것을 거른다고 허리가 바로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년 내내 한 번도 제대로 산책하지 않으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다. 망가지고 나서 진통제를 먹는 것은 뒷북이다. 중요한 일을 게을리하지 말라. 스티븐 커비 박사의 충고다.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지혜다.” 공자가 논어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혜의 첫걸음이다. 모른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다음에는 질문을 통해 배우려 한다. 자신이 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동료 앞에서 리허설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발표와 전혀 무관한 사람에게 설명해보라.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많이 아는지 금방 드러난다. 리더 중에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런 리더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독선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리더는 알아도 모르는 척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한다. 자기가 아는지를 모르는 것이 지혜의 가장 높은 경지다. 너무 익숙해져 자신이 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암묵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 경지에 이른 사람의 행동과 말을 보고 들으면서 지혜를 배우게 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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