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시위 보도했다고 징역형.. 기자들 담담히' V자' 그렸다

독재자 루카셴코 퇴진 시위 중계한 20대 여기자 둘 체포 후 실형 선고

벨라루스에서 시위 장면을 중계했다가 각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다리아 슐초바(왼쪽)와 카테리나 바칼로바 기자./EPA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7년째 철권 통치를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반정부 시위 장면을 중계한 방송사 기자들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벨라루스 야권은 물론 서방 국가들과 언론인 단체들이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고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18일(현지 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지방법원은 루카셴코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보도해 공공질서를 해치고 시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카테리나 바칼로바(27) 기자와 다리아 슐초바(23) 기자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폴란드계 독립 언론 벨사트TV 소속인 두 기자는 작년 11월 아파트 고층에서 시위 장면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생중계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벨라루스 검찰은 두 기자가 시위 참여를 선동해 도심을 마비시키는 무질서를 초래하고 버스, 트램의 운행을 막아 손실을 가져왔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당사자들은 “어떠한 선동도 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스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두 기자를 석방하라고 촉구하면서 언론인들의 취재·보도 활동을 처벌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이번 판결에 대한 제재로 벨라루스 고위 관료 43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각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다리아 슐초바(왼쪽)와 카테리나 바칼로바 기자가 서로 껴안고 있다../EPA 연합뉴스

벨라루스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최근 6개월 동안 4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체포됐다. 국내 언론인들 뿐 아니라 독일·영국 등에서 온 외국인 기자들에 대해서도 경찰관들이 취재 중단을 요구하며 폭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중 모두 11명의 언론인이 공공질서를 해친 혐의 등으로 감금돼 있거나 기소됐다고 벨라루스 기자협회는 밝혔다.

벨라루스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서 “이번 판결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한 언론인들의 취재를 막는 행위”이라고 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벨라루스 당국에 “감금된 기자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작년 8월9일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개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며 루카셴코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시위 참가자 가운데 연행된 사람은 3만3000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