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용 반쪽짜리 사과"..법원 안팎에서 시끌

정희영,홍혜진 2021. 2.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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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사과는 했지만..사퇴 요구 일축하며 버티기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과문을 두고 핵심은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쪽짜리 사과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이 비판받았던 여당 눈치 보기 의혹에 대해 "관련 법 규정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으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19일 김 대법원장의 사과문에 대해 한 고위 법관은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뒷말이 나오지 않게 건조하게 쓴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아예 내지 않는 것이 좋았을 법한 사과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법관은 "사과문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지적된 지점에 대해서는 결국 잘못을 인정할 수 없으며 사퇴도 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라며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머리를 숙이면 대개 논란이 마무리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단 사과문을 낸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 역시 "정치권에서 탄핵을 논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 상황에서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 사과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도 김 대법원장 비판에 가세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김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 법관대표회의를 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사과문은 김 대법원장을 향한 법원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측이 녹취록을 공개한 지난 4일 이후 현직 법관들의 김 대법원장 비판 글이 줄이은 가운데 법원 일반 직원들까지도 작심 비판에 나섰다. 지난 16일에는 재경지법 보안관리대 직원으로 근무하는 6급 직원이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대통령이 법원에 들어와 한마디하자 이에 화답해 검찰이 법원을 향해 칼춤을 추게 한 대법원장을 이전까지 보지 못했다"며 "사법부를 정권의 제물로 바치겠다는 인식으로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런 최악의 대법원장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은 김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은 본인뿐 아니라 모든 판사를 불신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늦었지만 조속히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 4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 측이 녹취록을 공개한 다음 날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의 시발점이 된 임 부장판사의 탄핵안 심리는 오는 26일 진행된다.

임 부장판사 임기가 28일에 종료되기 때문에 탄핵안 심판 결과는 임 부장판사가 판사직에서 물러난 뒤 나올 예정이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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