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표 재정준칙, 국회 퇴짜 가능성 높아졌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의견 대립을 벌였던 국회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자관이 한국형 재정준칙 입법화를 두고 다시 한번 의견 충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에 제동을 걸면서다. 지난해 발표 후 비판이 쏟아지자 홍 부총리가 직접 나서 "재정 당국의 꼼수가 아니다"라고 강력 주장했던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는 최근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를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보고서에는 국가채무 및 재정수지에 관한 관리기준을 담은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한 검토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은 정부가 국가채무의 급증세를 법률로 조정·관리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산안 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총액의 비율과 통합재정수지의 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 이내로 유지하도록 한다.
재정준칙은 2025년부터 적용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를 기준으로 하되, 두 지표를 곱한 값이 숫자 ‘1’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산식을 마련했다. 이렇게 하면 한가지 지표가 일시적으로 기준치를 웃돌아도 다른 지표가 기준치를 밑돌면 준칙을 충족하게 된다.
기재위는 정부가 제출한 재정준칙이 유연한 재정지출을 막아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국가채무비율만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위는 "법령에 근거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유연한 대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국가채무 한도로 국가 재정이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 경기 회복을 더디게하고, 다시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위는 또 "개정안은 재정수입 증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강력한 지출제한을 규정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복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출이 제약될 수 있다"고 했다.
기재위는 '재정준칙 산식'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값을 곱한 이 산식의 결과가 1보다 작아야 하는데,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면 결과값이 무조건 음수로 나온다는 지적이다. 기재위는 "국가채무비율에 관계 없이 1보다 작은 결과값이 되 국가채무비율이 무한정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산식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이 기준점인 60%보다 높은 경우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 기준이 3%보다 낮아져 적극적인 적자 축소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기재위는 "국가채무비율이 60%보다 낮아지는 경우엔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 기준이 완화돼 재정의 확장적 운영이 재정준칙에 의해 허용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기재위는 "산식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이 50%인 경우,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기준점인 3% 적자보다 높은 3.6%까지 허용된다"며 "이에 따라 정부에 확장적 재정정책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위는 또 "이 산식은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가정하고 있으나, 통합재정수지의 경우 불과 몇 년 전인 2017년, 2018년의 경우 각각 1.3%, 1.6%의 흑자를 나타냈다"며 "이와 같이 통합재정수지 흑자 발생 시 국가채무비율이 무한정 허용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외 규정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기재위는 문제점으로 꼽았다. 재정준칙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사회적·경제적 피해 규모가 큰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경우 ▲세계금융위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따른 위기 등에 준하는 위기로 성장·고용상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3가지 상황에서 적용이 예외된다.
기재위는 이 같은 예외 규정은 현재까지의 추경 편성 사유와 유사해, 재정준칙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위는 "최근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최근 10회계연도(2011∼2020년) 중 2011·2012·2014년을 제외한 7회계연도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됐다"며 "재정준칙이 형식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준칙에 대한 국회 기재위의 비판적인 검토 의견이 제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홍 부총리의 신경전이 다시 한번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정 간 '감정적 이견 노출'이 자제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홍 부총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도 이 발언에 공감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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