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항' 공매도 보고서 핵심 쟁점 3가지..돈·기술·설비 부족
한국인이 ‘제2의 테슬라’로 꼽았던 중국의 자율항공기(AAV) 제조회사 이항이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울프팩리서치가 16일(현지시각) ‘이항: 폭락할 운명에 놓인 주가 급등(EHang: A Stock Promotion Destined to Crash and Burn)’ 제목의 33쪽짜리 보고서를 발간하면서다.
이항의 주가는 보고서 발표 당일 62.69% 떨어졌다가 다음날 이항이 화지 후 회장의 인터뷰가 담긴 반박문을 내면서 67.88% 반등했다. 18일 주가는 다시 21.28% 하락했다. 현재 주가는 61.19달러로 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12일(124.09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 10위가 이항이었다. 테슬라,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 굴지의 대기업을 뒤이었다. 이항의 주가를 뒤흔든 보고서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주요 쟁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 쿤샹, 이항과 판매 계약 체결 9일 전에 설립
울프팩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이항의 주요 납품 고객사는 ‘상하이 쿤샹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Shanghai Kunxiang Intelligent Technology Co., Ltd·쿤샹)’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이 이항의 가짜 매출을 만들려고 급조된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프팩리서치가 종합한 서류에 따르면 쿤샹은 이항과 대규모 납품 계약을 맺기 9일 전에 설립됐다. 이항과 쿤샹은 2019년 2월 4억5000만위안(약 771억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맺고 4개월 후에 3000만위안(약 51억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했다.
울프팩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쿤샹의 자본금은 1000만위안(약 17억원)에 불과하다"면서 "판매 계약을 이행하기에는 자본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더욱 의심스러운 대목은 제품 1대당 가격이 두 차례 계약을 거치면서 조정됐다는 것이다. 쿤샹은 1차 계약에선 3대 기체를 4억5000만위안에, 2차 계약에선 20대 기체를 3000만위안에 구매했다. 기체 1대당 가격이 초반에는 1억5000만위안(약 257억원)이었지만, 이후 150만위안(약 2억원)으로 조정됐다. 제품 가격이 10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이항은 2019년 9월 10일과 이후 정기 공시 시기인 2019년 10월 31일 사이 해당 계약서들에 나타난 총 계약금 규모를 가려달라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요청했다.
울프팩리서치는 "투자자와 경쟁사가 보기에 계약금이 터무니없어서 이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본 것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의 실체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울프팩리서치 조사관이 중국에 있는 쿤샹의 사무실 세 곳을 직접 찾아간 결과 두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곳은 쿤샹과 전혀 관계없는 호텔이었고, 다른 한 곳은 11층 건물로 쿤샹이 입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쿤샹의 홈페이지에는 이 사무실이 13층에 있다고 적혀있다.
울프팩리서치는 나머지 한 곳은 조사관이 평일 낮에 찾았는데 쿤샹 직원(재무 관리자)이 단 한 명만 상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직원은 이항의 ‘EH216’ 모델을 구매하고 싶다는 조사관에게, "그것은 이미 ‘구식 모델’이다"라며 "이항의 배터리 기술력이 좋지 않아 실질적인 비행 시간은 10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쿤샹이 자체 개발한 AAV 구입을 권유했다고 한다.
또 해당 직원은 "쿤샹이 이항 상장 전에 1억위안(약 171억원)을 투자했다"고 조사관에게 말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이 이항 지분 투자로 돈을 벌려고 허위 계약을 맺었다고 의심했다. 쿤샹의 투자금액은 지난 12일 기준 4억7270만위안(약 809억원)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이항은 반박 보도자료에서 "쿤샹은 이항 상장 이전에 주주였던 적이 없고, 우리가 아는 한 상장 이후에도 없다"면서 "이항이 쿤샹에 제시한 가격과 조건은 중국의 다른 주요 고객사에 제공하는 가격과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모든 계약은 팔 길이 원칙 거래(arm-length transaction·서로 자율성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 거래)를 따른다"고 해명했다.
② 보안관 1명 뿐인 공장…제조 설비는 부족
울프팩리서치는 직접 찾은 중국 광저우의 이항 공장은 설비가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우선 보안관이 정문에 한 명뿐이어서 조사관은 무리 없이 후문으로 공장 내부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세계적 수준의 AAV에 들어가는 지적재산권(IP)과 독점 기술로 가득 찬 제품을 생산하고 보관하는 곳에 보안관이 거의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울프팩리서치는 건물 내부에도 조립 라인이 부재했다고 전했다. AAV 기체가 여럿 세워져 있었지만 생산 설비나 자재 재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신 3층에는 박스 더미가 놓여 있었다. 울프팩리서치는 "거의 완성된 제품을 받아서 단순 조립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울프팩리서치는 또 중국 윈푸에 있는 신설 공장도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항은 지난해 12월 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윈푸에 있는 새로운 설비에서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한 바가 있다.
이항 관계자는 반박문에서 "이항의 광저우 공장은 총 면적이 8750㎡로 AAV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연간 600대의 승객용 AAV 제작이 가능한 신(新)공장을 윈푸에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항 측은 "배달원으로 가장한 남자가 우리 시설 중 한 곳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포착했다"면서 "이들의 사진은 악의적으로 촬영됐다"고 밝혔다. 이항 측은 팬데믹 사태가 종식되면 이해관계자들을 중국 사업장으로 초대하겠다는 입장이다.
③ 이항 AAV 탑재 모터는 사람 탑승용으로 사용 불가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이 중국의 취미용 모터 제조사 ‘T모터’ 제품을 맞춤제작 형태로 납품받는다고 주장했다.
울프팩리서치가 인터뷰한 전직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직원에 따르면 T모터 제품은 사람을 태우는 항공 기체에는 쓰이기 어렵다. 울프팩리서치는 T모터 홈페이지 제품 소개란에 이항의 ‘EH216’ 모델과 비슷한 형태의 기체가 올라와 있다면서 이항의 기술력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항은 "‘EH216’ 제품에 T모터 제품을 사용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면서 "승객을 태우는 첫 번째 모델이었던 ‘EHang 184’ 모델부터 우리는 지정 공급사로부터 독점적으로 설계하고 제조한 모터를 납품받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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