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 의원 "대북 전단금지법, 접경지역 생계 위한 선택"

이지혜 2021. 2. 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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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북한인권청문회 앞두고
미국 <내셔널 인터레스트> 지에 기고
지난 2014년 당시, 경기 파주 임진각 입구에 대북전단을 북에 날려보내려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준비한 전단지가 땅에 뿌려져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북한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를 지역구로 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 시사잡지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의 비판은 대한민국이 겪은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박정 의원실은 19일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미 의회 일각의 비판에 대해 “대북전단금지법은 남북평화관계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마련된 법”이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치안과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담아 미국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기고했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보수성향의 시사잡지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많이 읽히는 대중 매체 가운데 하나다. 이 글에서 박 의원은 “개정안 취지에 미국과 국제사회도 공감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기고문에서 “표현의 자유와 인권 신장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치안과 생계도 중요하다”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박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실제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충돌로 번진 사례와 접경지역 주민의 생계에 타격을 준 사례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파주 시민들은 비무장지대(DMZ) 주변 대북전단살포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집회를 하기도 했다”며 대북전단금지법 공동발의에 나선 이유를 소개했다. 앞서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시민사회 단체들의 접경지역 활동과 이 활동이 미치는 위협 사이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기고문에서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고사포로 쏴 포탄이 경기 연천 인근 민간인 통제선(민통선)에 떨어진 사례 등을 들어 “남북 갈등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가 낳은 견해”라며 “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이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7월 당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인근 도로에서 대북전단 살포행사를 위해 보수단체인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측에서 준비한 전단지, 비닐풍선, 수소통 등을 실은 화물차가 임진각으로 향하던 중 경찰에 제지를 당해 멈춰서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의원은 “2016년 한국 대법원은 정부가 안보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저희 법안도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선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정보교류 활성화의 역할을 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전단은 정보전달보다 북한에 대한 조롱의 수단인 경우가 많다. 어떤 전단에는 북한 지도자 아내의 누드 포르노가 있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남북의 정보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북전단보다 ‘북한과 국제사회의 교류’가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담겼다. 박 의원은 “비무장지대의 군사적 긴장감, 파주 접경지역 주민들의 두려움, 그리고 대북전단을 살포하고자 하는 의지는 모두 남북의 적대적 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남북의 정보 교류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더는 대북전단을 살포할 이유가 없어진다. 최종적으로 대북전단금지법도 법적 효력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기고문에 적었다.

앞서 미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화당 쪽 공동위원장(지난 회기)이었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해당 법안이 한국 헌법과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따른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한다”며 “시민·정치적 권리를 지키지 못한 한국 정부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청문회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보장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나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법률로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문회 개최에 대한 스미스 의원의 입장이 변하지 않아 늦어도 2월 말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 의회가 아직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아 청문회 개최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박정 의원의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 전문>

접경지역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260만 명입니다.
저도 파주에서 나고 자란 접경지역 주민이고, 지금은 그 지역 국회의원입니다. 어린 시절 승용차보다 군용차가 더 많이 길거리를 누볐고, 대북방송도 일상으로 들으면서 컸습니다.
오늘날 파주는 46만 국민의 고향이며 엘지(LG) 디스플레이, 출판업계와 같은 첨단산업단지가 있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접경지역으로서 안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여전히 있습니다. 저는 이런 파주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을 공동발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법안이 미국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미 의회의 인권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260만 명 대한민국 국민이 겪었던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절차와 법안의 법적 효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의 부재에서 나온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 갈등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2014년 10월 한 단체가 띄운 대북풍선으로 인해, 북한의 고사포 포탄이 민간가옥 지붕에 떨어진 일이 있었고, 2015년에는 경기도 연천군 일대를 향한 북한의 두 차례 포격에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2016년 4월 파주 문산읍 한 군부대 전방 철책선에서 순찰 중이던 병사 3명은 대북전단 수거 중 풍선이 폭발해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대북전단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계에도 위협을 가했습니다. 인천 석모도 어민들이 끌어올린 그물에는 대북전단이 가득한 플라스틱병만 있고, 이를 처리하는데 연간 3000~4000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더욱이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남북 긴장감 고조는 접경지역 주 수입원이었던 관광업에도 큰 타격을 주어 생계에 위협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파주 시민들은 디엠지(DMZ) 주변에서 대북전단살포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집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공동발의 한 이유에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신장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치안과 생계도 중요합니다. 민주주의의 역할은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것입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이런 민주주의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물입니다.
혹자들은 이 법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가 나은 견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행정부는 입법부에 입법 논의를 할 수 있고, 실제로 자주 논의를 합니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은 현 행정부가 제안한 것이 아닙니다. 저와 인천 계양구을의 송영길 국회의원이 접경지역 지역구민을 위해 제안한 법입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이고, 엄격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본회의를 통과한 법입니다.
아울러,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습니다. 2016년 대한민국 대법원은 정부가 안보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저희 법안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선에서 대북전단살포를 금지한 것입니다.
대북전단살포가 북한의 정보교류 활성화의 역할을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대북전단 중 약 60%는 북한에 도달하지도 못합니다. 나머지 40%는 디엠지를 넘어 64km 채 안 되는 거리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설상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이 된다고 해도, 주민들은 처벌의 두려움으로 인해 정부 간부층에 이 사실을 알릴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또한, 전단은 정보전달 보다 북한에 대한 조롱의 수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전단에는 북한 지도자의 아내의 누드 포르노가 있기도 합니다. 전단을 통해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 어떤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보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대북전단 살포보다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정보전달에는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여러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많은 남한 국민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200만 명 이상의 남한 국민이 금강산을 관광했습니다. 그리고 만 명 이상의 남한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으로 출퇴근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교류를 통한 정보전달이 대북전단 살포를 통한 정보전달 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남북평화관계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마련된 법입니다. 디엠지에서의 군사적 긴장감, 파주 접경지역 주민들의 두려움, 그리고 대북전단을 살포하고자 하는 의지는 모두 남북의 적대적 관계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1992년 한국 정부는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을 통해 남북 화해, 불가침, 그리고 교류의 기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도 이런 이유로 발의하게 됐습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남에서 북으로의 정보 교류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더는 대북전단을 살포할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대북전단금지법도 법적 효력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 현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북한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이 법을 반대한다는 일부의 견해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주장입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70여 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며 희생을 강요당해왔던 국민입니다.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그동안 겪었던 고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상하기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은 필요합니다. 이런 개정안의 취지에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도 공감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기를 바랍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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