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도깨비불' 악몽 떠올라요"..'양간지풍'에 초긴장

정면구 2021. 2. 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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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던 19일 새벽 2시.

16년 전 양양 산불이 확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게 이른바 '양간지풍'이었습니다.

강원 동해안에는 불과 2년 전 발생한 2019년 고성과 속초 산불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그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대형산불은 또다시 동해안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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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강원 양양군 사천리 산불 현장


"(산불이) 무서워서 못 쳐다보고 그냥 피했어요"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던 19일 새벽 2시.

인근 양양군 주청리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올해 여든셋인 라화자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할머니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산불이 나자 간단한 짐만 챙겨서 바로 회관으로 대피했다고 합니다. 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리는 불길이 무서워서 쳐다보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라화자 할머니


■ "낙산사 불났을 때지금 …그 시기일까 봐 겁이 나요"

할머니가 잠들지 못한 것은 16년 전인 2005년 4월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양양군을 덮친 대형산불은 사흘 동안 이어졌습니다. 산림 973만 제곱미터가 소실됐고, 200채 넘는 건물이 불에 타, 이재민 400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천년고찰 낙산사와 보물 제479호 동종도 불에 탔습니다.

당시 기억이 선명하다는 할머니.

강풍에 불티가 사방으로 퍼지는 일명 '도깨비불'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도깨비불 때문에 여기저기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그래서 "낙산사 불났을 때, 지금이 그 시기일까 봐 겁이 나요."라고 했습니다.

2005년 4월 산불이 덮친 양양 낙산사


■ 전형적 '양간지풍' 영향권…산불 위험 고조

16년 전 양양 산불이 확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게 이른바 '양간지풍'이었습니다.

지형적 영향으로 봄철 강원 영동지역에 부는 고온 건조한 강풍입니다. 그런데 이 '양간지풍'이 이번에도 몰아치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현재 영동지역이 전형적인 양간지풍의 영향권에 놓여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산불 발생과 확산 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고온 건조한 돌풍으로 작은 불씨도 대형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다며, 쓰레기나 농업 부산물 소각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불 현장에서 강풍 타고 날아다니는 ‘불티’


■ '대형산불 위험' …일상 위협하는 산불

강원 동해안을 포함한 영동지역에는 현재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는 가운데 강풍까지 이어지면서 대형산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강원도 동해와 삼척에는 대형산불위험 경보가, 고성과 속초, 양양과 강릉 등에는 대형산불위험 주의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강원 동해안에는 불과 2년 전 발생한 2019년 고성과 속초 산불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당시 이재민 일부는 여전히 조립식 임시주택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대형산불은 또다시 동해안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면구 기자 (n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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