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서양동맹 복원 나섰지만..對중국·러시아 단일대오 시험대

송수경 2021. 2. 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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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돌아온 美' 환영 속 '나를 따르라' 리더십 거부..복잡해지는 미 외교셈법
바이든 19일 뮌헨안보회의서 '중·러 위협' 맞선 서방 공동전선 구축 촉구할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미-유럽 간 대서양동맹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대(對)중국 및 러시아 공동대응을 놓고는 시험대에 서게 된 모양새이다.

유럽이 미국의 셈법대로 대중국 및 러시아 전선에서 순탄하게 단일대오를 구축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유럽과 스크럼을 짜려는 바이든의 구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서양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서약은 환영받는 일이지만, 유럽은 '강권'이 아닌 보다 많은 대화를 통한 보다 균형 있는 관계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를 모토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이란 핵 합의 복원 의지 천명 등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 훼손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발 빠르게 취해왔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보조를 맞추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일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NYT는 미국이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리셋'에 들어갔더라도 유럽은 러시아 및 중국에 대해 자신들의 독자적 경로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는 반드시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대륙과 '포스트 트럼프' 동맹을 재건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파리 AP=연합뉴스) sungok@yna.co.kr

실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는 피할 수만은 없는 유럽의 일부이며 유럽은 자체 이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러시아와의 대화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양측 기업의 상대국 시장에 대한 접근 개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중국과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 안보 포럼인 뮌헨 안보 회의(MSC) 주최로 열리는 가상회의 연설을 통해 '돌아온 미국'이 세계 리더로서의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가해지는 반(反)민주적 위협에 맞서 보다 통일된 서방 전선 구축을 촉구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4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경멸적 외교로 인해 '융단폭격'을 당했던 유럽 정상들로선 바이든의 언급을 일단 따뜻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이 염두에 둔 리더십이 '우리가 결정할 테니 당신들은 따르라'는 스타일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라면 유럽은 이에 회의적일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여러 유럽 국가는 미국이 호령하고 나머지가 따르는 식의 세상은 이미 지났으며, 더는 워싱턴에 의해 규정되는 전투에서 이중대 노릇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유럽 동맹국들이 더 미국의 페이스대로 호락호락 끌려오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은 미국의 양대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를 다루는 데 있어 자체적인 이해관계 및 구상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바이든의 외교 셈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제러미 샤피로 유럽대외관계위원회(ECFR) 연구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 상황을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신(新)냉전으로 규정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매파적 접근법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조가 많은 유럽 정상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에는 '동급'의 라이벌일 수 있지만, 유럽 입장에선 오랜 기간 필수적인 무역·통상 파트너였으며, 유럽 정상들은 미국처럼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갈등·긴장 관계에 놓여있긴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의 '핵 무장한' 이웃으로서 재정적·정서적으로 독자적인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leekm@yna.co.kr

유럽 내 미국의 가장 든든한 외교적 파트너인 영국이 EU를 탈퇴, 다른 유럽국가들과의 효과적인 조율이 쉽지 않아진 상황도 대륙 동맹들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하는 미국으로선 유리한 여건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개별 국가와도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독일만 하더라도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둘러싼 미·독간 갈등이 대러 단일전선 구축을 위한 걸림돌로 꼽힌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 새 대표에 선출, 당내 포스트 메르켈 체제를 이끌게 된 아르민 라셰트가 상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더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까다로운 유럽과의 조율은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으며 유럽 정상들이 미국의 리더십 복원에 환영의 뜻을 비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5년 전에 비해 확연해진 중국의 위협에 대해선 유럽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베를린 AP=연합뉴스) sungok@yna.co.kr
포스트 메르켈 체제 윤곽…독일 기민당대표에 아르민 라셰트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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