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탓하다 보름만에 '사과'한 김명수..반응은 '싸늘'
'거짓해명' 논란으로 코너에 몰린 김명수 대법원장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법원안팎에선 김 대법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김 대법원장이 19일 법원내부망 코트넷에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린 건 표면상으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 항의방문에 따른 응답인 것으로 해석된다. '기억력'을 탓하며 퇴근길에 취재진에게 간단히 "송구스럽다"는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보름만이다.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6명의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직접 대법원을 항의차 방문해 면담을 했다. 그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짓해명' 논란에 대해 추궁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그자리에서 사퇴를 거부한 바 있다. 이어 최근 법관인사가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자 김 대법원장은 "그렇지 않고 여러 요소를 감안해 인사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 불응'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국민 사과성명이라도 발표하라"고 몰아 붙인 뒤에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4일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지난해 면담관련 녹취록이 나오면서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인 지 보름만에 나온 김 대법원장 해명에 대해 법조계에선 "너무 늦은 형식적 사과"라는 반응이다. 사퇴 요구나 법원내 레임덕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판사 출신 중견 변호사는 "여권과 청와대 눈치를 살피는 듯한 행보가 이어지다 임성근 판사 탄핵건으로 제대로 걸린 셈"이라며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전 국민이 알게 된 마당에 이제와서 사과문을 발표한다고 달라질 건 없고 남은 임기 내내 사실상 '식물 대법원장'신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는데 대법원장이 이런 식으로 망가져 간다면 법원 구성원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텐데 끝까지 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내에서도 반발이 폭발했지만 그 전부터 대법원장이 법원내에서 권위를 잃은 지 오래라고 생각하는 법관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 이후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이 검찰 수사를 대대적으로 받으면서 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1심 결과도 무죄가 연이어 선고되면서 김 대법원장 책임론도 제기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고위직 판사 등이 검찰에 의해 모욕적인 수사를 받은 뒤 장기간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김 대법원장이 법원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을 받는 이유다.
사법농단 사태가 터졌을 당시엔 법원개혁에 동감했던 젊은 판사들조차 법원 위상 하락과 대법원장의 권위가 추락하는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법관 인사에 대해 불만이 쌓여가는 점도 부담이다. 김 대법원장이 법원장 인사에서 유력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법원 내부 구성원 의사를 존중해 법원장을 뽑겠다고 천명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방식으로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난마저 제기된 상태다.
김 대법원장은 19일 사과문을 통해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그 과정에서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법원 내부 구성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다"며 사퇴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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