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 MZ세대, '박화영' 1000만 영화 만들었다 [왓칭]
유튜브 리뷰 조회수 1200만뷰 육박
곧 개봉하는 속편 '어른들은 몰라요'도 화제
요즘 우리 사회가 ‘학폭’ 이슈로 시끄럽다. 과거에는 묻어둬야 했던 피해 사실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 고발하는 ‘학폭 미투’도 잇따르고 있다. 독립 영화 ‘박화영(Park Hwa-young·2018)’은 학교 안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울타리 밖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폭력과 소외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개봉 당시 관객수는 5700명에 그쳤지만,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유튜브 리뷰 영상이 조회수 1100만회를 넘기면서 널리 알려졌다. SNS에서 박화영은 ‘비공식 1000만 영화’로 통한다.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MZ세대를 통해, 폭발력있는 콘텐츠로 거듭난 것이다. 지난 2019년 가출 청소년 문제를 깊게 취재했던 이영빈 기자의 리뷰를 싣는다.
박화영은 ‘찝찝한’ 작품이다. 그 많은 사회 고발 영화 중 박화영에 유독 찝찝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건 왜 일까. 영화 속 박화영을 보고도 모른 체하는 어른들(엄마·경찰·선생님)이 본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취재차 ‘가출팸’ 청소년들을 만날 일이 꽤 있었다. 무료 급식소에서, 치킨집에서, 채팅앱에서 대화를 나누고, 박화영이 살던 곳과 비슷한 ‘아지트’에 가보기도 했다. 직접 마주한 현실은‘하이퍼 리얼리즘’ 영화로 평가받는 박화영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박화영 주변은 ‘맹수’들로 넘쳐난다. 가출팸 우두머리 영재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그가 등장하면 어른인 관객도 마음을 졸이게 된다. 이런 영재는 박화영을 탐탁지 않게 여기며 집요하게 괴롭힌다. 미정은 영재의 여자 친구라는 지위를 누리며 화영의 ‘등골’까지 빼먹는다. 화영의 집에서 생활하는 세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폭력과 착취, 가부장적 위계 질서가 가출팸을 지배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화영은 가출팸의 엄마가 돼, 영재와 미정·세진에게 모성을 베푼다. 라면을 끓이고, 담뱃재를 치우며 호탕하게 내뱉는 말 끝에 고독이 묻어있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3년 전 연말 서울 상계동에서 만났던 가출 청소년 민성(가명)이는 영화 속 영재처럼 무리에서 ‘찐’으로 불리는 아이였다. 민성이는 “크리스마스에는 친구가 배달원으로 불법 취업한 치킨집에서 잤다”며 “일행 중 3~4명은 몸을 팔아 각자 묵을 곳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사보기] 가출 청소년들 새 아지트는 치킨집
으슥한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겉모습은 영화 속 영재처럼 거칠었지만, 말을 걸자 살갑게 다가왔다. 노란 머리, 피어싱, 짙은 화장에 담배를 피우던 아이들은 예상과는 달리 낯선 이에게 철벽을 치지도, 위악을 떨지도 않았다. 영화에서처럼 서로를 속박하고 갉아먹는 관계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SNS를 통해 쉽게 뭉치고 쉽게 흩어지며, 순간의 결핍을 채우는 듯 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적절한 때에 건네는 손길’이다. 가출 청소년 무료 급식소인 ‘청개구리 식당’을 운영하는 이정아 대표는 “아이들의 비행을 당장 뜯어 고치기란 쉽지 않다”며 “우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다가 정말 위험할 때 말을 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폭행 당해 임신하거나, 마약 운반책, 성매매 등 범죄에 휘말리는 때를 말한다. 영화에서는 미정이 ‘성매매 작전’을 짜기 전 단계일 것이다. 이 대표는 “평소 잔소리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본인이 정말 위험할 때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가출 청소년들은 더 큰 위기에 빠진 상태다. 등교를 하지 않을 뿐더러, 그들을 돕는 여러 단체도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옆에서 지켜봐 주는 어른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전국 ‘가출 청소년 쉼터’ 약 130곳은 입소 정원을 코로나 전보다 절반으로 줄였다. ‘위기 청소년의 좋은 친구 어게인’의 최승주 대표는 “코로나에도 집을 나오는 청소년은 분명 생겨날 텐데, 한 곳에 모이지 못하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맞춘 정부의 대책은 딱히 없어 보인다.
영화 마지막에는 성인이 된 박화영이 음식점의 서빙 알바로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보통의 관객은 성인이 된 박화영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사실 ‘지붕’이 있는 곳에서 꾸준히 통근하는 직업은 꽤 잘 풀린 편이다. 성인이 돼서도 ‘앵벌이’를 다니거나, 범죄조직에 휘말려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도 많다. 실제로 가출팸 생활을 한 적이 있는 아이들은 성인 박화영의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며 갸우뚱해 한다.
조만간 ‘박화영’의 속편(‘어른들은 몰라요’)이 개봉한다고 한다. 박화영은 가출 청소년을 향한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낸 좋은 영화다. 속편도 재미와 흥행은 물론, 전편처럼 공익적 성취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다.
개요 드라마 l 한국 l 1시간38분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감독 이환
특징 MZ세대가 역주행 시킨 ‘청불’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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