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견제에 다시 '희토류' 카드 만지작거리는 중국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각) 미국은 바이든 시대를 맞이했다. 세계 각국은 지난 4년의 미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지켜봤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미국과 팽팽한 통상갈등을 유지해 온 중국은 정권교체를 계기로 통상갈등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기대가 있을 것이다. 또 이들 사이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국도 '동맹국 찬스'가 다시 복구될 것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각국이 원하는 셈대로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함께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수장으로 대만계 미국인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를 지명하며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시사했다. 타이 대표가 이목을 끄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그의 행적 때문이다. 2011년 대중무역을 담당했던 그는 여러 차례 중국의 불공정무역관행에 대해 WTO에 제소하여 승소를 이끈 저력이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일찍이 중국의 투자보조금, 강제기술이전, 인권문제 등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그가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은 만큼 중국도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여 배수진을 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통상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 구축하는 중국
미국은 지난 4년 간 중국의 통상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규범체제보다는 자국의 국내규범을 활용했다. 오히려 국제통상 분쟁해결 메커니즘인 WTO 상소기구를 무력화 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는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갈등에 대비하는 하나의 지침이 되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통상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규범적 근거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중-미 통상분쟁이 심화되고 있었던 지난 2019년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성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 상무부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주체 명단에 대한 규정'(不可靠实体清单规定)을 발표했다. 미국의 행정명령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이익에 피해를 끼치는 외국기업에 대해 수출입 및 대중국 투자제한 등의 보복조치를 국내 규정에 근거하여 합법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이어 2020년 10월과 12월에는 '수출통제법'(出口管制法)과 '외국인투자안전심사방법'(外商投資安全審查辦法)을 각각 제정하여 국가안보 위협과 국가이익 저해를 이유로 수출통제나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근거를 마련했다.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국가안보의 위협을 이유로('무역확장법' 제232조)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서 보복관세를 부과하여 국제사회로부터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는 것이 자의적 해석 폭이 넓어 남용될 경우 국제통상질서를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국제규범 준수를 중요시 하고 있어 당분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일방적 조치가 실시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통상 강경정책에 대응하여 오히려 중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중국은 최근 미국의 화웨이(Huawei) 제재에 대응하기 위하여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 저지방법'(阻断外国法律与措施不当域外适用办法)을 제정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에 근거한 수출통제 제재리스트의 발동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에 대한 이행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이러한 조치는 디지털 통상을 국가안보와 연결시키고 있는 중국이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는 카드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로 볼 수 있다.
희토류 카드 다시 만지는 중국
중국은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하여 자원의 무기화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올해 1월 중국 공신부(工信部)는 국가가 희토류에 대한 전체적인 지표관리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희토류관리조례(의견수렴안)'(稀土管理条例(征求意见稿))(이하 조례안)을 발표했다.
조례안은 수출통제법에 따라 희토류가 전략자원으로 분류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강화 차원으로 제정된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희토류에 대한 생산과 유통 등 전반적 관련 산업을 관리감독이라는 명목 하에서 엄격하게 통제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의 보복조치로 대일본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희토류는 4차 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핵심 전략물자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을 중단할 경우 당장 산업전반에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일본도 중국의 희토류 카드에 백기를 들었다.
이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잘 알기에 중국은 이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로 만들기 위해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일본과 관계와는 달리 미국과는 전략물자의 의존이 서로 교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자원인 헬륨의 경우 미국의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의 입장에서 희토류 카드를 마음 편히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미국과의 자원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반중(反中) 연합전선 고리 끊는 중국
마지막으로 중국은 반중동맹세력의 무력화를 노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강경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하고 동맹국과의 연대와 협력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할 것이라 밝힌바 있다. 이에 중국도 발 빠르게 미국의 대표적 동맹인 EU와의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2020년 12월 31일 7년간 진행된 EU와의 '포괄적 투자협정'(Comprehensive Agreement on Investment)에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반중 연합전선의 셈이 복잡해지게 되었다. 미국은 내심 EU가 중국압박에 있어 뜻을 같이하는 동맹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중-EU 투자협정 체결로 대중 압박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캐나다 그리고 호주 등과 연합하여 중국을 압박한다 하더라도 중국의 제1, 2위 교역파트너인 아세안과 EU가 중국측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 든든한 지원군을 마련한 셈이 됐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하는 중국의 대응방법이 다각화됨에 따라서 중미간 통상갈등의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국의 약점인 환경과 노동문제로 압박하는 첫수를 두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배수진이 아직은 팽팽해 보인다.
중미 통상분쟁에서 국가안보, 국가이익, 환경, 노동 등의 쟁점이 핵심이 됨에 따라서 국제사회의 지지가 더 높은 국가에게 유리한 형국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고 있는 주변국은 양국가로부터 '선택'에 대한 압박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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