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패권다툼 확전 땐 낭패..美, 첨단소재 자급화 속도 낸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2021. 2. 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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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명령 초안 공개
희토류 무기화 움직임·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 등 이어지자
"자칫하다간 국가안보 근간 위협"..독자 공급체인 구축 나서
안정적 소재 확보 뛰어넘어 자국 기업 직접 육성 가능성도
[서울경제]

지난해 4월 미국 전역이 록다운(폐쇄)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울 때 현장에서는 마스크나 장갑 같은 기본적인 개인보호장비(PPE)가 없어 애를 먹었다.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왔는데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장 문을 닫으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지방정부는 미국으로의 수출을 막기도 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마스크 하나 못 만드는 나라가 됐다”는 자조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제품과 자원의 해외 의존도 파악 및 공급망에 대한 검토 지시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그는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공급망을 재편하고 주요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겠다는 ‘아메리칸 퍼스트(American First)’를 강조했다. 최소한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 장비는 미국에서 제조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행정명령에 담길 내용은 이보다 몇 발 더 나간다. 의료 용품은 기본이고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비롯해 컴퓨터 스크린, 에너지, 운송, 최신 무기와 첨단 제품 생산에 쓰이는 희토류와 주요 금속 등도 검토 대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기술을 총망라한 셈이다.

야후뉴스에 따르면 행정명령 초안은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과 사이버 공격, 극단적인 날씨로 해외 조달망에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해 검토 작업을 벌인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상무부와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후뉴스는 “백악관이 앞으로 1년 내 핵심 품목에 대해 그들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데 필요한 설비와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미국 산업 현황 등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초안에는 중국이 직접 거론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산업 전략자원인 희토류만 해도 최근 10년 동안 중국이 아이폰과 레이저 등의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공급의 90%를 차지했다.

코로나19 때 문제가 됐던 의료 장비도 철저히 중국에 의존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최대 경쟁국으로 지목한 바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백악관은 비우호적이거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는 국가가 지배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공급망과 미국 내 제조 현황과의 격차를 조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공급망을 국가 안보의 근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미중 갈등이 더 심해지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역시 지난해 10월 희토류의 국내 생산을 독려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검토 작업의 결과가 중국 기업에만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같은 주요 미국 업체가 자동차 반도체 부족에 가동을 중단하면서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텍사스 한파로 삼성전자의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멈추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만 해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다툼에 미국 기업이 배터리를 확보하지 못해 유탄을 맞게 된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다국적 기업에 미국 내 생산을 늘리도록 하는 게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도움이 된다. 공급망 재편에 따라 중국에 쏠렸던 발주 물량이 동맹국 기업으로 갈 수 있지만 미국 기업을 대신 육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은 “미래의 반도체 부족 문제를 피하기 위한 조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및 일자리 전략과도 연관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 주역으로 전기차를 꼽고 있다. 공급망 검토와 재편 작업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부터 각종 부품까지 미국 내 생산 체인을 완벽하게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연방 정부의 핵심 제품에 대한 국내 생산 능력을 재건설하겠다”며 “동맹과 함께 그들의 공급망을 보호하고 새로운 미국의 수출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 즉 일자리 창출에도 목적이 있다는 얘기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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